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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탤런트 최명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최명길(33)만큼 이미지 메이킹이 잘된 탤런트도 드물다.가정이라는 틀에 들어부어도 결코 넘칠것 같지 않으면서도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 여자.
그래서 특히 기혼남성들의 감수성을 통증없이 자극하는 세련된 여우. 81년 데뷔이래 그녀는 늘 순종적이면서도 로맨틱한,최상의 편안함을 주는 여자로 통했다.지난해 MBC-TV가「차분한 음악프로라는 모토를 내걸고『음악이 있는 곳에』를 신설하면서 경험이 전혀 없는 그녀를 진행자로 스카우트할 정도로 그녀 의 차분함은 공증받고 있다.
『데뷔직후부터 그런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어떻게 스물서넛의 여자가 그렇게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었는지 오히려 제가 궁금하기까지 했어요.사실 전 얼마전까지만 해도 제 마음조차 편하게갖지 못했거든요.제게 부여된 이미지는 그냥 호의 적인 오해로 받아들였어요.』 그녀는 일에 쫓겨 허겁지겁 20대를 보냈다.
81년 MBC-TV『성난 눈동자』를 시작으로『그여자』『남자의계절』등 수십편의 드라마와『안개기둥』『우묵배미의 사랑』등 영화는 물론 라디오 음악프로의 진행까지 하느라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조금도 없었다고 한다.
앞만 보고 달리던 그녀가 허기를 느끼고 자신을 뒤돌아보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년전 일이다.
연기생활 10여년.86년 영화『안개기둥』으로 대종상여우주연상,90년 화제의 드라마『그 여자』로 MBC연기대상 최우수상,그리고 해프닝으로 끝난 한번의 스캔들.
그녀의 젊음은 화려했지만 건조했다.
『생활의 여유가 절실하다고 느껴 드라마와 영화 출연을 줄였어요.부담이 사라지니까 일이 즐거워지데요.가슴이 다시 촉촉해 지는 것 같기도 하구요.요즘은 나이를 먹는게 그렇게 편할수가 없어요.그 안락함에 엉덩이가 무거워져 결혼도 잊고 지내요.』 그녀는 현재 SBS-TV『결혼』에 출연하고 MBC-TV『음악이 있는 곳에』와 MBC-FM『최명길의 음악살롱』의 진행을 맡고 있다.『결혼』에서 맡은 배역은 남편 뒷바라지를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만 결국은 아들까지 낳고 버림받는 불행한 여인.
『결혼을 했으면 제가 겪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어서 연기라는 기분이 안들어요.극중 인물과 나이가 비슷해 저 자신에 대해 자주생각하게 되더라구요.』 기자가 되겠다고 신방과를 지원했다 떨어지고 홧김에 탤런트 시험에 응시해 인생의 행로를 바꾸게 됐다는그녀.20대 초반에 스타덤에 올라 들뜬 기분으로 현실적인 조건을 따져 그려보던 이상적인 남편상은 이제 지워버렸다고.
『결혼요? 꿈을 꾸는 포즈나 상처의 모양새가 비슷한 사람이면언제나 OK죠.』 『서른을 넘기고 비로소 사람이 조금씩 보이기시작한다』는 그녀는 이제야 팬들이 자신에게 부여했던 이미지의 진짜 주인이 돼가고 있는것 같았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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