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행방」 수사력집중/장영자사건/단기간 조성…사용처 불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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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장 여인 가석방 취소키로/부산땅 부도 「사기」 적용 어려워
장영자씨 부부 대행 금융사고를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는 24일 장씨가 그동안 최소한 2백50여억원의 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밝혀내고 사용처가 드러나지 않은 2백억원의 행방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장씨가 조성한 자금 전부를 골동품 구입대금과 세금·생활비 등으로 썼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거액을 단기간에 조성한 점 등에 비추어 상당액을 다른 용도로 빼돌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장씨가 부산 동구 범일동 땅을 부산화학에 팔기로 했다가 조흥은행의 반대로 계약을 취소하고 위약금으로 지급한 42억5천만원의 어음이 부도난 것에 대해서는 사기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시 계약서에 문제의 땅이 조흥은행에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기재했고 위약금중 55억원은 정상지급한데다 부도난 어음도 명목상 사위 김주승씨가 발행한 점 등을 무혐의 이유로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이벤트 꼬레·대명산업·포스시스팀 등 3개 기업과 장씨의 사위 김주승씨(34·해외도피중)가 발행,부도난 2백억원 상당 어음은 장씨가 발행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함에 따라 계속 장씨의 관련여부를 캐고 있다. 검찰 수사결과 장씨는 지난해 삼보신용금고와 하정임씨(58·여)를 상대로 1백7억5천만원의 자금을 조성한 이외에 하씨에게 30억원을 더 빌리고 부산 범일동 땅거래를 통해 최소한 17억5천만원을 확보했던 것으로 밝혀냈다. 장씨는 이밖에 32억원 상당의 수표를 발행하는 등 『2백50억원 정도의 어음·수표를 거래해왔다』고 진술하고 있어 검찰은 장씨의 예금·어음·수표·사채거래를 통한 자금의 행방을 쫓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지난해 10월25일과 26일 하씨에게 『채권을 함께 투자하자』고 속여 입금하게 한 30억원 예금통장을 영장이 청구된 김칠성씨에게 건네주고 『통장이 많아 도장을 못찾겠다』며 도장없이 예금을 찾도록 시켰다는 것이다.
장씨는 또 지난해 10월21일부터 11월3일까지 삼보신용금고에 사채업자 등을 동원,1백억원의 예금을 유치해주고 신용을 얻어 21억원을 대출받은뒤 다시 사채시장에서 50억원 상당의 예금을 유치하고 6억5천만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는 이어 1백40억원대 양도성 예금증서 거래를 통해 신용을 얻은 동화은행으로부터 유평상사 50억원 어음에 배서를 받은뒤 이를 곧 바로 삼보신용금고에 할인을 의뢰하면서 어음이 결제되지 못하면 자신이 예치한 예금으로 상계처리해 주겠다고 속여 50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한편 법무부는 82년 어음사기 사건으로 징역 15년을 확정받고 복역중 92년 가석방된 장영자여인에 대해 가석방 취소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관계법규상 가석방자가 범죄를 저지르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경우 가석방을 취소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고 밝히고 『장 여인이 사기혐의로 구속되는 이상 가석방취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가석방이 취소되면 장여인은 이번 사건으로 선고받을 형량외에도 82년 사건으로 확정된 징역 15년중 가석방으로 복역하지 않은 나머지 5년1개월도 복역해야 한다.
법무부는 그러나 남편 이철희씨의 경우 가석방 취소요건에는 해당하지만 부부를 함께 가석방 취소로 수감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가석방 취소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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