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치단체 어깨 무거워질 「교육부담」/행쇄위의 교육재정 개편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학교 스스로 재원 확충케 후원회등 허용/“밥그릇” 줄어들 교육부·내무부 반발 예상
행정쇄신위가 22일 내놓은 교육재정 구조개편안은 우리나라의 「가난한 교육재정」을 개선하기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여러가지 포함하고 있다.
아울러 95년 상반기부터 실시될 지방자치에 대비해 「교육자치」의 폭을 넓혀갈 기본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각 지방의 재정자립도라든가,교육의 여러가지 다른 측면을 고려할 때는 너무 이상적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고교평준화를 단계적으로 해체해 학교별로 납입금을 다르게 하자는 방안 등은 시행결정이 되기전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행쇄위는 우리나라 교육재정의 주요 문제점으로 세가지를 지적했다. 첫째,공교육비 규모가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영세하고 교육에 대한 지방정부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둘째는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어 「있는 집」과 「없는 집」의 교육기회가 불평등하며,셋째 교육예산 운영이 너무 경직되어 있고 비효율적이라는 점이다. 행쇄위는 앞으로 지자제가 실시되면 자연스럽게 시·도지사나 시장·군수가 그 지역 초·중·고교의 교육환경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냄새나는 재래식 변소를 그대로 놓아두고 어떻게 재선을 바라겠느냐』고 예를 들었다.
따라서 개선안은 공립 초·중등학교의 경상비와 시설비,사립중등학교에 대한 보조금 등을 점차적으로 지방정부가 부담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행쇄위안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학교 스스로가 다양하게 재정을 늘려야 한다는 대목이다. 지금은 어느 학교나 납입금이 똑같지만 외국처럼 도시별·동네별·학교별로 「비싼 학교」 「싼 학교」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행쇄위가 마련한 지역별·학군별 차등납입금제가 실현되면 서울 강남지역의 중·고등학교는 강북지역 학교보다 비싼 납입금을 요구하게 된다. 동시에 고교평준화가 폐지되면 학부모와 학생은 「비싸더라도 좋은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목표가 국민학교는 물론 중·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확대한다는 점에는 배치된다.
또 지역의 빈부차가 학교의 우열을 결정하는 사태까지 벌어질 것으로 보여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도 있다.
행쇄위는 우리의 사교육비가 지나치게 많이 드는 점을 감안해 학교내에서 과외를 시키고 후원회 등을 구성해 학교를 건실하게 만들자는 안을 마련했다. 국회의원의 지구당 후원회와 비슷한 학교별 후원회·기부금을 통한 발전기금 등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현재는 기부자가 기부대상 학교를 지정하되 익명으로 교육청에 기부금을 내도록 돼있다. 앞으로는 기부자가 공개적으로 학교에 직접 내자는 것이다. 이 경우 치맛바람이 우려되는데 기부자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여러가지 공정한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같은 재원을 토대로 초·중·고교가 예·체능 등의 과외교과를 만들어 방과후에 별도의 수업을 함으로써 「학원」과 「과외」의 부담을 덜어주도록 하자는 것이다.
행쇄위는 지난해 7월 교육재정 구조개편을 기획연구과제로 정해 교육개발원에 연구를 맡겼으며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작업해왔다. 행쇄위는 『앞으로 발족될 교육개혁위가 이 안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함께 98년부터 국립대를 단계적으로 특수법인화해 예산 등 대학운영의 자율권을 보장키로 했다.
국립대가 특수법인화되면 대학별로 특성에 맞는 예산편성과 집행이 가능하며 국고지원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독지가 기부금 유치 ▲보유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재원을 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안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 안은 단지 「건의안」이기 때문에 시행에 구속력이 없다. 내무부·교육부 등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내무부는 지방정부의 재정자립에 취약한 상태에서 교육에까지 더 예산을 투입하기는 쉽지 않다는 이견을 갖고 있다. 교육부는 고교평준화 해제라든가,국립대학의 단계적 특수법인화에 반발하고 있다.<김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