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기업, 통행·통관 완전자유화 돼야 개성공단에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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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남북한에서 모두 일해본 경험이 있는 장자크 그로하(사진) 주한유럽상공회의소(EUCCK) 소장은 28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경제협력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인인 그는 1980년대 평양에서 7년간 상주하며 외국 기업의 북한 진출과 북한 기업의 해외 진출 컨설팅을 했다. 이후 15년째 서울에서 일하고 있는 그를 10일 그의 서울 종로 사무실에서 만나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조언과 전망에 대해 들었다.

 -첫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을 때와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

 “국·내외의 정치·경제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2000년에는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도 없었고, 개성공단도 유명무실했다.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하지도 않았다. 그 때는 남과 북이 만난다는 자체만으로도 ‘역사적’ 의미가 있었지만, 이제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경제 협력에 관한 구체적 결과가 있어야만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어느 분야에서 협력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북한에 매장된 광물 자원의 공동 개발에 합의하는 것은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한국은 자원이 부족하지만 기술이 있고, 북한은 자원이 풍부하지만 이를 개발할 능력이 없다. 자원 공동개발은 남과 북 모두에 이득이 될 것이다. 한국은 경제적 이득을, 북한은 광업의 부흥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간 적절한 경제 협력 모델은.

 “진정한 의미의 남북 경협이 진행중인 프로젝트는 개성공단이 유일하다. 개성공단을 더욱 확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남북한 기업뿐 아니라 외국 기업을 유치해 진정한 국제자유무역지대로 만들어야 한다.”

 -개성공단에 외국 투자를 이끌려면.

 "분쟁 해결과 재산보호 등에 관한 규정을 명확히 하고 통행·통관이 완전히 자유로워져야 한다. 유럽 기업인들은 단순 봉제업보다는 첨단 기술을 들여오길 원한다. 남과 북은 개성공단 체제가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어느날 갑자기 자기가 투자한 시설을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씻어줘야 한다.”

글=박현영 기자, 사진=김태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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