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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서도 중금속 “그냥 통과”/수돗물처리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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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0년대 재래식 방법 아직 그대로/방사선등 유해물질은 검사 안해
거대한 하수처리장으로 변한 상수원에는 독수가 흐르고,정수처리 기술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수질기준은 있으나 마나다.
박윤흔 환경처장관은 13일 『낙동강물의 원수와 정수에서 모두 발암성 유독물질인 벤젠·톨루엔이 검출됐다』며 『끓여 마시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번 벤젠·톨루엔 검출의 심각성은 검출 자체보다 이들 유독물질에 대한 측정이 처음으로 이뤄졌다는 점에 있다.
즉 이같은 유독물질이 수질검사 항목이 아니어서 측정이 안됐을뿐 낙동강에는 그동안 계속 흐르고 있었을 가능성이 짙다.
뿐만 아니라 현재로선 수질검사 대상항목이 아닌 방사선·소디움·알드린 등 인체에 극히 유해한 물질은 함유여부조차 알 수 없다.
이에 따라 1천만 영남 주민은 박 장관의 경고 이전,실제로는 악취소동 이전까지 이들 유독물질을 무방비상태로 마셔왔다는 것이다.
이처럼 상수원이 독수로 변한 것은 공장폐수가 직접 원인으로 낙동강 유역에는 대구 비산염색공단·구미전자공단·달성 논공공단 등 수많은 공장지대가 밀집해 있다.
하지만 이들 공장에서 배출되는 폐수를 정화처리하는 종말처리장에서는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화학적산소요구량(COD)·부유물질(SS) 등 세가지만 처리·측정할 뿐이다.
낙동강 유역에는 8개소의 하수종말처리장이 있지만 이번처럼 벤젠·톨루엔외에 카드륨·수은·니켈 등 중금속이 폐수에 함유돼 있어도 폭기조와 미생물처리 공정이 고작이어서 이들 난분해성 물질을 정화시킬 수 없다.
환경처 유지영 하수처리시설과장은 『인력부족으로 중금속·유독물질 등은 공장들의 자가측정에 맡기고 있으며,연 네차례의 정기검사와 수시단속만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암모니아성질소 오염 사고가 난지 12일이 지나도록 과연 어느 공장,어느 지역에서 유출됐는지조차 규명되지 않고 평소 검붉은 독물이 흐르던 폐수방수류가 단속을 벌일 때면 맑아지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처럼 구멍뚫린 정화시설을 빠져나와 상수원 취수장으로 흘러든 독물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정수시설을 가볍게 통과한다.
현재 대부분의 정수장이 채택하고 있는 정수방식은 활성탄과 황산알루미늄 등을 이용한 침전·여과방식.
여기에 염소만 엄청나게 퍼붓는 50년대의 재래식 정수처리가 이뤄진다.
이에따라 환경처가 밝힌 것처럼 벤젠 등이 원수는 물론 정수에서도 검출되고,암모니아성 질소도 여전히 정수에 잔류하는 것이다.
특히 95년부터 수질검사항목으로 추가된 알루미늄이 응집과정에서 오히려 정수에 오염돼 이에 대한 대책도 시급한 실정이다.
배달환경연구소 장원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공기주입시설을 이용해 벤젠 등 휘발성물질을 제거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활성탄 흡착방식으로는 거의 제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나마 여과된 물은 15년 이상 노후화해 뻘겋게 녹슨 송수관을 지나 폐유 드럼통 같은 저수탱크에 담겼다 가정수돗물로 공급된다.
이같은 송수과정에서 녹이 물에 섞이고 알루미늄의 재응집현상이 겹쳐 오염이 가중되면서 칙칙한 앙금이 생기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정수장에서 수질기준을 2∼4배 초과한 알루미늄 농도가 수도꼭지에서는 최고 45배까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한편 수질기준도 「인체건강기준」이 아닌 「행정목표」고 규제대상도 선진국에 비해 적은 허점 투성이다.
따라서 보사부가 수도꼭지물을 검사해 『수질기준 이내의 합격』이라고 발표하는 것은 『건강상 안전하다』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박종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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