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중앙 12월 베스트 논객 김재홍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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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쓰는 글은 톡톡 튀고 생생하다. 그래서 질리지 않는다. 어렵지 않게 ‘보통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만한 논리로 풀어내는 솜씨도 있다.

인터넷 중앙일보가 세번째 ‘베스트 논객(12월)’으로 뽑은 김재홍(41·사진)씨. 그는 돈과 하루를 씨름하는 바쁜 일과 속에서도 감칠 맛 나는 글을 인터넷 중앙의 ‘디지털 국회’에 틈틈이 올려 네티즌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경북 영천에서 살고 있다. 고향이다. 인터넷이 아니고선 지방에 숨어있는 그같은 이를 논객으로 발굴해내지못했을 것이다.

金씨는 매일같이 농민들이나 영세 상인들을 만난다. 영천 신용협동조합에서 상무로 일하기 때문이다. 빚을 졌거나 생활고를 겪으면서 돈을 빌리기 위해 찾는 이들이 많다.

金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위정자들에겐 농민들의 고통이 안중에도 없다.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목소리를 인터넷 중앙일보에서 생생하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중앙일보의 초대 디지털 국회의원에 출마하면서 내민 출사표에서도 같은 포부를 밝혔었다. 책상머리에 앉아 통계나 숫자 놀음으로 장밋빛 청사진이나 그리는 위정자들에게 생생한 백성들의 민의를 전달하고 싶다는 것이다.

金씨는 지난해 9월말 ‘디지털 국회’가 출범한 이후 행정자치·법제사법마당 등에 20건의 글을 올렸다. 그는 ‘盧대통령식 생존게임’이라는 글에선 정치판과 코미디 프로그램을 동격 수준에 올려 놓았다.
특히 요즘 인기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인 ‘노 브레인(No brain) 서바이벌 게임’에 대통령의 행보를 빗대 ‘盧 브레인 서바이벌 게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盧대통령이 ‘나만 살아남겠다’고 하는건 아니냐”고 반문하며 “대화·타협·상생의 정치를 하라”고 주문했다.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제1당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존 게임에 치우쳐 아우성치는 민심의 소리는 외면한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金씨는 “무역학을 전공했지만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글로 상도 많이 탔다고 한다. 글쓰기를 위해 평소 메모를 많이 하는 편이다. 金씨는 “문득 떠 오르는 주제가 있으면 메모를 해뒀다 앉은 자리에서 쉼없이 글을 써 내려간다”고 말했다.

‘치킨 게임’이라는 글에서도 그의 이런 순발력이 나타났다. 두 운전자가 마주보며 차를 정면으로 질주하는 ‘치킨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盧대통령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한치의 양보없이 정면 충돌하는 정치 현실을 개탄했다.

金씨는 앞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논평이나 경제문제, 그리고 농촌의 실상을 알리는 글을 많이 쓰려고 한다. 디지털 국회의원 출마에서도 1순위를 행정자치마당에, 2순위를 산업·농수산마당으로 했다.
그는 디지털 국회가 시도한 인터넷 상의 논리적인 글쓰기에 대해 “의도가 좋다”며 “다만 일부 급진적인 네티즌들이 비방하는 글을 올릴 때는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중앙일보는 욕설로 도배되곤 하는 네티즌 토론 문화의 격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베스트 논객’을 뽑아 부상과 함께 시상하고 있다. 심사 기준은 글의 논리성, 설득력, 네티즌들의 호응, 발상의 참신성, 대안 제시 여부 등이다. 12월에는 베스트 논객인 金씨 외에 송근호(rootsong), 윤혁희(hhy69), 이대원(baedali), 이재일(netpen)씨가 우수논객으로 선정됐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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