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舊유고 이번엔 언어전쟁-민족 반감작용 자기들만의 말만들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21개월째 내전에 휩싸여 있는 보스니아를 비롯한 舊유고연방에서 이제는 언어를 두고 새로운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이 지역내 이슬람人.세르비아人.크로아티아人등 3개세력은 지금까지 두개의 문자와 다수의 방언으로 이루어진 세르보-크로아티아어를 단일어로 사용해 왔다.
특히 이 언어는 발칸반도 국가들의 지역적 다양성에도 불구하고英語보다 오히려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언어학자들의 평가를받아왔다.
그러나 泥田鬪狗의 전장에서 생긴 민족적 반감이 세르보-크로아티아어가 연결해준 공통점에 대한 거부감으로 발전,自민족만의 고유한 언어 만들기 전쟁이 갈수록 정도를 더해 가는 형편이다.
크로아티아에서는 국영방송들이 파시스트 정권치하에서 파묻혔던 古語뿐만아니라 신조어를 만들어 세르보-크로아티아어에서 크로아티아만의 언어를 골라내고 있다.
보스니아내 이슬람系 사이에서도 오스만 투르크왕조가 발칸반도에남긴 언어의 잔재인 터키.아라비아의 차용어가 유행하고 있다.
보스니아내 세르비아系도 이같은 움직임에 뒤질세라 지난해 여름부터 다른 2개 종족의 발음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세르비아공화국에서 사용되는 방언을 공식언어로 지정했다.
이같은 언어정책으로 이들간에는 정치.군사분야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골도 깊어 가고 있다.크로아티아가 고어를 다시 사용함으로인해 세르비아인.유대인.집시등은 『古語가 제2차 세계대전의 악몽을 상기시킨다』면서 크로아티아를 맹비난하고 있 다.예를 들어크로아티아에서 쓰는 우스타시(Ustashi.파시스트라는 뜻의 고어)라는 단어는 2차대전 당시 세르비아인등에 대해 집단학살을자행한 사람들을 가리키기 때문에 이 단어에 대한 공포는 대단하다. 또 이로인해 종종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곤 한다.세르비아系가 新공식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정치인들이 단순한 단어에 대해 발음마저 제대로 못하는 촌극을 연출하기 일쑤다.
크로아티아는 脫세르보-크로아티아어라는 명분에 집착해 국제용어화된 세르보-크로아티아어의 Telephone과 Helicopter를 브르조갈라스(빠른 목소리)와 즈라코말라트(공중 공격기)라는 슬라브어에 뿌리를 둔 단어로 대체하기도 했다 .
이들의 언어에 대한 싸움은 깊은 역사적 뿌리를 갖고 있다.
19세기에 크로아티아 지식인들은 발칸반도의 크로아티아인.세르비아인.이슬람인.슬로베니아인.마케도니아인등 여러 민족들의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 단일국가를 세울 것을 제안했다.그러나 지난 1백50여년동안 이 지역 민족지도자들은 이같은 생 각에 반대하면서 그리스정교.가톨릭.이슬람교등 종교적 특수성을 무시하고 세르비아나 크로아티아 단일국가를 꿈꾸어왔다.이 지도자들에게 영토권을 주장하는 기준이 바로 언어였다.
그리스정교의 세르비아 지도자들은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港에서 사용되는 방언이 자신들의 방언과 비슷하다는 점을 들어 이 항구 주민들이 대개 가톨릭이라는 사실을 무시하고 영토권을 주장해 왔다.크로아티아 지도자들도 보스니아내 이슬람인 들이 크로아티아의 꽃이며 순수한 크로아티아어를 말한다고 주장하면서 보스니아에 대한 영토권을 내세웠다.
그러나 언어학자들은 언어전쟁이 이 지역의 심각한 문맹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新공식언어를 습득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열등감을안겨줘 계층분화를 촉진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세르비아 공화국내 베오그라드의 랑코 부가르스키 언어학교수는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내 세르비아系의 움직임에 대해 비난하면서 특히 『보스니아내 세르비아系의 목표는 3대정파를 이간질시키고 세르비아공화국과 좀더 가까워지려는 움직임,즉 大세 르비아 건설을 향한 또다른 조치』라고 말한다.
〈申成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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