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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래반주 화면에 새바람-비키니 미녀.벤츠차 등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수영복을 입은 美女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젊은 여성들이 고급 외제승용차를 운전해 골프연습장을 찾는다.다정스레 손을 잡고 유원지를 거닐던 청춘남녀의 뜨거운 포옹.
최근 공개된 北韓의 비디오 가라오케에는 우리의 기준으로도 대단히「개방적」인 장면들이 스스럼없이 연출되고 있다.
『조선가요-화면노래반주곡』이라는 제목이 달린 이 비디오는 북한가요 25곡을 수록하고 있다.북한의 가장 인기있는 보천보 전자악단의 연주에 맞춰 시청자가 노래를 따라부르도록 가사의 마디마디가 하이라이트된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북한가요보다는 화면에 전개되는 의외의 장면들.
벤츠 승용차를 몰며 골프를 즐기는 모습이라든가 책상마다 컴퓨터가 놓인 사무실 정경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의 실정과는 거리가 멀다.비디오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고급외제 화장품.액세서리의 상표가 드러나도록 다분히 의도적인 포 즈를 취하는장면을 접하게 되면 북한의 실상을 과장하려는 비디오 제작진들의「노력」을 읽을 수 있다.
이 비디오가 대외홍보용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면 지금까지 북한의 선전노선에 비추어 크게 주목할만한 것이 아니다.그러나 이번「화면노래반주곡」은 분명「대내용」이다.
주체사상을 고집하며 외국문물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자본주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같은 비디오를 북한주민들을 상대로 제작.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은 북한이 경제개방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자신감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북한주민 가운데 비디오를 갖고 있는 가정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비디오에「화면노래반주란 무엇인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들어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면 가라오케가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한 인사는『가라오케 시설이 있는 곳은 고급음식점 몇군데 정도』고『공장이나 농장의 오락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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