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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장애인 삶 담은 책낸 장애인 이태곤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李泰坤씨(31)는 새해들어『사람사는 이야기』라는 책을 냈다.
『가난한 장애우들은 어떻게 사는가,또 빈곤은 장애우들에게 어떤 고통을 주는가-.이런 문제의식이 지난 5년간 화두가 되어 왔고 그 실체에 접근하고자 조그만 노력을 쏟아 이 책에 실려 있는 장애우들을 만나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李씨가 서문에서 언급했듯이 이 책엔 인간승리에 빛나는 장애인들의 성공담이나미담은 의도적으로 싣지 않았다.평범한 장애인,가난의 질곡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빈민장애인이 고단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로 채워놓았다. 「장애우(友)」라는 용어는 천주교에서 환자를「患友」라고좀더 친근하게 부르는데서 착안한 명칭.
『절대다수의 성인 장애인은 자랄때 교육을 제대로 못받았어요.
어른이 되면 좋든 싫든 복지시설에서 나와야 하는데 할 일이라고는 속칭 앵벌이나 구걸.행상밖에 없습니다.』 그는『경제적 어려움도 어려움이지만 빈민장애인이 평생을 사회의 寄生계층으로 살면서 단 한번도 주체적인 삶을 시도하지 못하는 현실이 더 문제』라고 안타까워했다.
李씨 자신도 걸음마 시기에 옥상에서 떨어져 척추장애인이 되었으며 설상가상으로 부모가 일찍 세상을 뜨는 바람에 부산.인천등지의 복지시설을 전전하며 성장한 경험을 갖고 있다.그는 제화공으로 6년가량 일한 적도 있다.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한 덕분에 장애인 월간지『함께 걸음』의 기자를 지내기도 했다.
「참 좋은 세상을 꿈꾸는 장애우들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의 주인공들은 라이터행상.피아노학원장.시인.주부.도배사.역술인.신기료장수등.이들이 안고 있는 장애의 종류도 직업만큼이나 다양해 지체장애를 비롯, 뇌성마비.근이양 증.소아마비.말단비대증.시각장애등이 망라돼 있다.
李씨는 지금 장애우 권익문제연구소(소장 李聖帝변호사)에서 일하고 있다.이 연구소는 그동안 여러 단체와 연대해 장애인 고용촉진법.복지법.특수교육법개정안등의 입법에 큰 기여를 한 바 있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장애인들이 사는 곳을 직접 방문해책 주인공들의 삶을 취재했다.
『봉천동 달동네에서 만난 한 장애인은 반찬 살 돈이 없어 값싼 조미료를 밥에 찍어 먹으며 연명하고 있더군요.』 그는『보통장애인들이 얼마나 몸부림치며 살고 있는지를 이론 아닌 생생한 현실로 보여주고 싶었다』며「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했다.연락처서울(521)5364.
〈盧在賢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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