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시베리아벌목 새협정 진통-인권보호 조항 삽입에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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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시베리아 벌목사업을 위한 北韓-러시아간 임업협정이 지난해 말로 시효가 종료돼 새 협정체결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이는 시베리아 벌목사업으로 북한이 얻는 원자재.외화 문제와 함께 그동안 인권침해 시비를 빚어온 하바로프스크.아무르州 일대 북한 벌목근로자 2만명의 귀국 여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러시아정부는 北韓 벌목장의 인권유린및 환경파괴 문제가 물의를빚자 지난해 6월 기존의 임업협정을 폐기하고 새 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따라 12월초 平壤에서 양측 임업회의를 열었으나 현격한 입장차이로 새 협정을 체결 하는데 실패했다. 러시아측은 1차회의에서 새 협정안에▲말썽많은 북한근로자들에 대한 인권보호조항▲벌목장 북한인들의 러시아실정법 준수등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北韓측은 이 요구가 「정치적 성격」을 띤 것이라며 반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었 다.
이에따라 이달안으로 모스크바에서 2차 임업회의가 열릴 것으로알려지고 있으며,당분간 기존협정이 효력을 갖게 된다.
북한은 시베리아 벌목장에서 얻어지는 외화를 쉽게 단념할수 없는 처지여서 러시아측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으나 북한으로선 「벌목장 북한인들의 러시아실정법 준수」에는 양보해도 「인권보호조항 삽입」까지는 「자주권 침해 」의 전례를남긴다는 측면에서 양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진통이 예상된다. 더욱이 인권보호조항 삽입은 그동안 시베리아 벌목장의 인권실태가 심각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게 되므로 북한으로서는 쉽지않은 선택이며 이 조치로 시베리아벌목장 북한근로자들의 탈출사태를 부채질할 소지마저 있다는데 北韓의 고충이 있다.
그러나 북한이 시베리아벌목장의 근로자들을 철수시키는 선택은 더 곤란할 것이란 분석이다.北韓이 앞으로 3년간 「무역제일주의」로 나가겠다는 정책의지를 밝히고 있고 언젠가 남북협력이 활발해질 경우 북측이 해외건설현장에 韓國기업과의 합작 형태로 인력을 수출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하고 이럴 경우 北韓근로자들이 자본주의국가에까지 파견될수 있는만큼 시베리아벌목장 운영의 경험은 계속 살려나갈 필요가 있으며 이같은 측면은 벌목장에서 얻어지는 당장의 외화수입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베리아 벌목장을 쉽사리 포기하기 어려운 北韓은 러시아측과의 협상을 계속 끌어가면서 인력수출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대응해갈 것으로 보인다.
〈兪英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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