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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에듣는다>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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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럽의 냉전이 급속히 아시아로 파급된 것과 같이 87년12월의INF(중거리핵전력)교섭 타결이래 냉전종결도 유럽에서 아시아로이어졌다.특히 획기적인 의미를 가진 일은 89년5월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北京방문이었다.中蘇간에 존재한 「3대 障害」-몽고.
아프가니스탄.캄보디아가 제거되자 베를린장벽의 붕괴에 앞서 우선西아시아와 南아시아에서 냉전이 종결된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동북아시아의 냉전종결은 그다지 순조롭지 못하다.이는 인도차이나와 비교해보면 一目瞭然하게 알 수 있다.인도차이나의 경우 지난해 국제연합 개입에 의해 캄보디아분쟁의 局地化가 성공을 거뒀으며 베트남에서도 도이모이(刷新)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다시 말해 그곳에서는 냉전종결의 양대 테마인 「지역분쟁의 국지화」와 「점진적 체제개혁 」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韓國과 蘇聯.中國의 국교정상화에 의해 한반도에서도 「지역분쟁의 국지화」가 반쯤은 진전됐다.그 결과 한국과 러시아,또는 한국과 중국간에 냉전은 이제 끝났다고 보아도 좋다.그러나안타깝게도 北韓의 핵무기개발 집념이 북한-일본.북 한-미국,그리고 남북한관계 개선에 커다란 장해가 되고있어 한반도에서의 냉전종결을 방해하고 있다.또 그 특이한 사회주의 체제와 金日成주석으로부터 권력과 권위를 계승하려는 金正日서기의 노력이 북한의「점진적 체제개혁」을 매우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북한의 동해안 일부 지역에서 부분적으로 경제개방을 추진하려는움직임은 있지만 그것도 경제체제 개혁으로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그 뿐아니라 金正日서기의 논문에도 나타나있듯 북한 지도부는 중국적인 사회주의 시장경제 모델을 명확히 부정하고 있다.
그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냉전종결의 제3테마인 「핵무기와 미사일 확산방지」가 한반도에서 「클로스 업」되고 있는 것도 우연이아닐 것이다.어쨌든 이는 한반도의 「지역분쟁 국지화」를 막고,「점진적인 체제개혁」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는 것 이다.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북한-일본.북한-미국,그리고 남북한관계는개선되지 못하며 북한의 체제개혁도 불가능해질 것이다.
지난해 6월 뉴욕에서 개최돼 7월에 제네바로 무대를 옮긴 북한-美 고위급회담은 그것이 성공하든 실패로 끝나든 한반도 냉전종결의 분수령이 될 것같다.다시 말해 문제는 냉전종결이 한반도에도 평화를 가져다줄 것인가,아니면 그것이 보다 큰 혼란의 출발점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만일 후자가 된다면 그 피해가 동북아시아 전체로 확산될 것은 피할 길이 없다.
***그 러면 북한은 올3월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성명에서도 알수있듯 왜 핵무기개발에 집착,위험한 모험에 국가의 운명을 걸려고 하는 것인가.
간단히 말해 베를린장벽 붕괴 이후의 국가적 고립화,십수년 이래의 경제적 부진,그리고 확대되는 남북한격차,특히 장래 예상되는 통상戰力의 열세 때문에 북한 지도부는 이미 체제의 「생존」자체에 커다란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들도 정세 악화를 방관만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90년9월 韓-蘇 국교수립 직전에 平壤을 방문한 일본의 가네마루(金丸信).다나베(田邊誠)대표에 대해 金容淳서기는 종래의 對日정책이 근본적으로 변경된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북한- 일본 국교정상화를 제안했다.또 그것을 보완하듯 다음달 平壤을 방문한 한국의 姜英勳 당시 총리에 대해 金日成주석이 처음으로「1국가.1민족.2제도.2정부」의 연방제 통일안을 제시했다.
***對日정책도 변경 말하자면 金日成주석과 金正日서기는 한편으로는 심각해지고 있는 국제정세에 북한-일본 국교정상화로 대응, 일본에서 도입되는 자본.기술로 북한 경제를 재건하려 했으며다른 한편으로는 연방제 통일과 남북경제협력에 의해 한국과 장기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정치.경제적 틀을 구축하려고 한 것이다.이를 위해 우선 핵사찰협정을 체결하고 남북합의서와 「비핵화」공동선언을 채택하고 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무기개발에 대한 집착은 「생존」전략의 실행을 불가능하게 했으며 蘇聯 붕괴나 韓-中국교수립은 북한의 국제적 고립화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지난해 3월12일 NPT탈퇴 의향을 표명한 후 북한이 가장 열심히 주장한 것은 對美 직접 교섭이다.
예를 들면 3월29일의 외교부 대변인 성명이나 4월10일의 노동신문평론은 「미국은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우리 측과의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왜 북한은 미국과의 국교정상화를 필요로하고 있는 것일까.한마디로 말해 핵무기는 대단히 중요한 「생존」 수단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핵무기가 없다면 가까운 장래에 경제적으로 파탄에 빠지고 蘇聯이라는 근대병기 공급원을 상실한 북한은 통상戰力에서도 열세에 처해질 수밖에 없다.그러나 아무리 핵무기가 완성된다 하더라도 경제를 재건할 수 없다면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열쇠는 경제再建 그러면 왜 북한은 북한-미국 국교정상화가 경제재건을 보장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경 제재건의 열쇠는 외부로부터의 자본.기술도입이지만 북한-미국관계가 정상화될 때까지 한국도,일본도 이에 협력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만일 북한-미국 국교정상화만 실현된다면 남북한 경제교류도,북한-일본 국교정상화도 진전될 것이다.바꿔 말하면 북한-일본 교섭을 단념하는 대신 북한은 핵무기개발을 對美교섭 실현을 위한 외교적 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 지도부 내에서 온건파와 강경파가 권력투쟁을 전개하고 있다고 하는 견해도 없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필자는 북한 지도부가 경제재건과 핵무기개발이라는「2개의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왔다고 분석한다.만일 북한지도부가 핵무기 보유만으로 「생존」이 보장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왜 북한-일본 국교정상화나 남북한 경제협력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되었겠는가.그와 반대로 핵무기개발을 단념해도 좋다면 북한-일본교섭도, 남북대화도 이뤄져 이미 경제교류가 진전되고 있을 것이다.
문제의 북한-미국회담은 일진일퇴를 반복하고 있다.제네바회담 후에도 북한측이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한국과의 협의에 열의를 보이지 않고 對美직접교섭과「일괄타결」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기본목표는 제3단계 북한-미국회담에서 일괄타결방식으로 합의하고『미국이 우리측에 대한 핵위협.적대정책을 포기하는 실천적 행동을 취해 우리측이 NPT에 그대로 남아 보장조치협정을 전면적으로 이행한다』(姜錫柱외교부부부장)는 것 이 될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보장조치협정의 전면적 이행」에는 IAEA가 요구해온 특별사찰은 포함돼 있지 않다.북한-미국「일괄타결」후 NPT에 완전복귀하고 나서도 북한은 IAEA의「불공정성」시정을 요구하고 미신고시설에 대한 사찰을 계속 거부할 수 있 는 것이다.
북한 지도부로서는 그같은 방식으로 핵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 않은 채 핵사찰문제를 형식적으로 처리,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미국「일괄타결」성공은 북한의 외교적 승리로 봐도좋을 것이다.그 성과와 충격을 배경으로 다시 한국에 남북정상회담과 연방제 통일을 요구한다면 한국으로서도 그것을 거절하기 힘들 것이다.또한 일본으로서도 국교정상화에 응하지 않을 수 없게된다.말하자면「일괄타결」이란 핵사찰의 수준을 통상사찰로 한정시킨 채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큰 폭으로 진행시키는 것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 북한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여 쉽게「일괄타결」에응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북한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에서의 韓美정상회담후 미국정부가 제시한 것은 팀스피리트 중지와 제3단계 북한-미국회담 개최며 그것을 북한의 통상사찰 전면수용과 남북 특사교환에 대한 동의를 교환하자고 하는「작은 일괄거래」 에 지나지 않는다.거기에는 본질적으로 새로운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94년을 맞이한 이때 우리들 앞에는 2개의 선택방법이 남아있다. ***첫 번째는 북한-미국「일괄타결」을 거절하고 북한에 핵의혹의 완전한 해소와 IAEA및 한국과의 협의를 계속 요구해그 진전을 북한-미국 관계개선과 연계시키는「단계해결」의 길이다.이를 위해서는 북한-미국,남북한,IAEA,북한-일본의 모든 채널을 통해 그밖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북한에 일깨워주지 않으면 안된다.
***일단 外交的 승리 그러나「핵의혹의 완전한 해소」를 계속요구할 경우,최종적으로는 특별사찰과 남북 상호사찰이 불가피해질것이다.그 경우 북한은 우선 NPT탈퇴의 효력정지를 철회하고 문제가 유엔안보리에 상정됨과 동시에 유엔탈퇴를 선언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군사적 긴장의 변화도 피할 수 없다.
물론 미국을 포함해 경제제재를 환영하는 국가는 없다.왜냐하면한번 경제제재가 실시되면「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넘어버릴지도모르기 때문이다.
만일 경제제재가 효과가 없을 경우에도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다.두번째 선택방법은 그와같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북한-미국「일괄타결」을 허용하고 북한에 통상사찰 이상의 것을 요구하지 않는것이다.다시 말해 우리측이 의혹의 완전해소를 단 념하고 최악의경우 핵무장한 북한과 공존할 각오를 하는 것이다.그러나 이 경우 IAEA나 유엔의 권위가 크게 손상돼 NPT체제 자체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또 장래 핵무장한 북한은 보다 어려운 문제를 제기하게 될 것이다.그러나 아마 최선의 길은 그 중간에 있을 것이다.그것은 경제제재도,「일괄타결」도 단호히 거부하고 통상사찰의 전면적인 실시를 실현시킨 다음「단계해결」을 고집,장기적 조 건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다.핵의혹의 완전 해소라는 최종 목표를 버리지 말고보다 많은 투명성을 획득하기 위해 남북관계를 포함한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한정적인 수준에서 멈춰야 한다.그와같은 목적과 수단에 관해 韓.美.日 3국의 긴밀한 협 조가 유지된다면 북한의 태도도 변화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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