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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는 물가도 있다” 연출/유가 소폭인하를 살펴보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벙커C유 값내려 평균가격 인하 “포장”/연동제 도입 등락 돌파구 찾아
「새해에 내리는 물가도 있다.」 이것이 정부가 연초에 기름값 조정을 발표하면서 가장 신경 쓴 대목이다.
올리지 않고는 못배길 공공요금들은 지난해 말에 털고,기름값은 가격구조 왜곡 등의 「무리」를 어느 정도 감수하면서까지 평균적으로는 「내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새해 물가를 「연출」한 것이다.
대신 유가연동제를 도입하면서 앞으로는 언제든지 국제유가 등 시장가격에 따라 값을 올리고 내릴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는데 더 뜻이 있다.
이번 유가조정은 사회간접자본 투자재원으로 연간 1조1천여억원을 석유류 특별소비세 인상으로 조달하려는 정부의 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소세 인상으로 유가는 다 오르는 줄 알았더니 산업용인 벙커C유(고유황)의 값을 4.9% 끌어 내리는 묘수가 동원되어 전체적으로는 유류값을 내리게 한 것이다.
이번 기름값 조정으로 생산자물가(도매물가)는 0.03%포인트 내리는 효과가 생기나,휘발유 등 일반소비자용 유류값이 소폭 인상됨에 따라 소비자물가에는 0.03%포인트 인상효과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상공자원부는 또 우리의 경우 휘발유·등유의 값이 유난히 다른 기름값보다 비싸 이번 조정에서 국제가격과의 격차를 줄였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에 함께 단행된 유가연동제는 그동안 정부통제 체제였던 기름값이 시장기능에 맡겨지는 계기가 됐다.
정부는 국제화에 따라 유가의 완전자유화가 결국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연동되는 유가의 웬만한 등락에는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유가가 물가에 복병이 될 수도 있게 됐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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