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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37) 경기 분당을 열린우리당 김재일씨

중앙일보

입력

“왜 김재일이어야 하느냐? 지난 2년 동안 지구당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정치에 대한 기존의 통념·관행과 몸을 던져 싸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낡은 정치를 확 바꾸고, 썩은 정치를 확 쓸어 버리겠습니다.”

경기 분당을에서 출마 준비 중인 열린우리당 김재일(51)씨는 “우리 정치의 잘못된 부분과 취약점을 잘 아는 만큼 진정 국민을 섬기는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이야말로 국민의 마음 밑바탕에 도도히 흐르는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언론인 출신이다. 5년 전 정계에 발을 들여 놓기 전까지 한국일보·코리아타임스 기자로 일했고 시사저널에서 정치부장과 워싱턴특파원을 지냈다. 일선 기자 시절 한국기자협회 국제교류분과위원장을 지낸 그는 현역 기자일 때 ‘국제감각이 있는 기자’, ‘정직한 언론인’이란 소리를 들었다고 귀띔했다.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통념에 비추어 보면 ‘대통령 같지 않은 대통령’입니다. 저도 왜 저런 말을 해 긁어 부스럼을 만드나 할 때가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 분은 정직하고 도덕적 용기를 지닌 분입니다. 결정적일 때 고정관념과 기득권을 버리고 문제에 정직하게 대면할 수 있는 사람이죠. 분명한 건 대통령 본인은 어려운 처지에 있고 힘에 부치는 듯이 보이지만 나라의 차원에서 보면 큰 흐름에서 옳게 가고 있다는 거예요. 단적으로 청와대가 검찰을 통제하지 못하는지도 모르지만, 검찰이 소신껏 수사하는 지금 모습이 바른 방향입니다. 지난 1년 대통령으로서 학습도 했고, 아무튼 노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저는 낙관적으로 전망합니다.”

노 대통령이 일부 언론과 빚은 갈등에 대해서는 “우리 언론은 누리고 있는 자유에 비해 사회적 책임 의식이 약하다”며 언론의 자율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언론자유의 정도와 민주주의의 수준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우리 언론의 힘은 세계 최강이고, 그런 점에서 과도기라고 할 수 있죠. 대통령을 포함해 모든 국민들이 언론 보도로 불이익을 당했을 때 소송을 통해 자구책을 찾는 건 자연스런 일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이 과도기를 단축할 수 있다고 봅니다.”

▶언론인 출신인 김재일씨(왼쪽)는 원로 언론인인 박권상 전 한국방송공사 사장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박씨 역시 그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표시하고 있다. 다음은 김재일씨에 대한 박씨의 인물평.
“김재일씨는 공동체 의식이 확고해 인화를 중시하고, 더불어 사는 기술을 익힌 바른 언론인이었다. 정직하고 성실할 뿐더러 성품이 온화한 사람이다. 특히 신앙심이 돈독하고, 매사에 진지해 누구에게나 신뢰감을 준다. 정직한 언론인으로서 기량을 닦은 그가 정치권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를 기대해 본다. 정치발전, 정치 선진화의 씨앗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는 국회의원이 되면 우선 “소속 당을 떠나 뜻이 맞는 의원들과 새 정치, 깨끗한 정치, 섬기는 정치에 목숨을 걸겠다는 선언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가족 공동체를 복원하는 운동을 벌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선언을 하면 국민들로 하여금 ‘저 사람들이 과연 초심을 지키고 있는지’ 감시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을 겁니다. 가족 공동체는 우주의 중심입니다. 청소년 문제, 사회 불안과 부조리, 범죄 등 대부분의 사회문제들이 가족이 파괴된 데서 비롯됩니다. 등원하면 다각적으로 가족 공동체를 바로세우는 일을 한 번 해 보고 싶습니다.”

그는 자신의 선거구인 경기 분당을의 현안으로 교육과 교통 문제를 꼽았다. 해결책에 대해서는 연구 중이고 공약으로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정치의 문제로는 지역주의와 돈 정치를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에 제대로 접근하려면 당사자인 정치인들이 먼저 반성하고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당론 투표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보였다.

“언론에 있는 동안, 그 후 정당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정치를 접하면서 당론의 부당성과 폐해를 절감했습니다. 저마다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은 스스로를 당론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합니다. 국회의원이 당론의 노예가 되는 건 국민들도 원치 않아요.”

가장 유력한 경쟁자로 현역인 임태희 한나라당 의원을 지목한 그는 자신만이라도 유권자들 앞에서 가식을 벗어던지고 발가벗겠다고 말했다.

“정치엔 포장과 계산의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실제보다 더 훌륭하게, 더 크게 보이려는 욕심이 작용한다는 거죠. 선거란 제대로 된 사람을 뽑는 과정인 만큼, 유권자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이겠습니다. 후보들의 진면목을 꿰뚫어 보시고 누가 진정 국민을 섬기고 새 정치를 할 사람인지 판단해 주십시오. 국회에 들어가면 자긍심 높은 분당 주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해 보겠습니다.”

이필재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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