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 밝고 열린 공간 변신-사회적응 프로그램 중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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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신병원들이 새로워지고 있다.
정신병동이라는 이름이 갖는 「두렵고 음침한 금단의 수용시설」이란 인상에서 벗어나 보다 개방되고 활기찬 분위기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16일 서울둔촌동 한국보훈병원 정신병동은 환자들이 직접 제작한 마분지 화장지곽,무공해 빨래비누등 생활용품과 서예.그림.시화등을 전시하면서 이날 하룻동안 병동을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행사에 초청된 지역사회 주민들과 환자 가족들은 『정신병동 분위기가 이렇게 밝고 단정할 줄 몰랐다』며 기존의 고정관념을 깼다고 입을 모았다.
이 병원 鄭文溶신경정신과장은 『영화장면에서 흔히 보는,환자를억압하고 공포에 찬 정신병동은 옛말』이라며『이제는 병동운영을 일상생활의 연장형태로 꾸려가는 것이 주류』라고 강조했다.
이 병원이 실시중인 환경치료란 이름의 현대식 정신치료과정은 약물투여.상담치료와 함께 환자가 주체적으로 뭔가 자기 일을 하면서 병동내에서 사회생활을 직접 경험하는 것을 강조한다.
鄭과장은 『일반사회처럼 환자에게도 책임과 권한을 줘서 사회성을 길러주고 주체적인 삶의 기회를 마련해줘 사회복귀때 적응을 쉽게하는 프로그램에 특히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예로 입원환자를 정도에 따라 5개등급으로 나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정도,외출허락,퇴원시기 결정에 참조하는데 급수조절때는 주변환자와 의사가 함께 회의를 해 결정하고 있다.
鄭과장은 『개방식 환경치료를 하면 전에는 6개월정도의 입원이필요했던 환자들이 이제는 불과 2개월정도면 퇴원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재발도 적고 사회복귀도 쉬운 편』이라며『그러나 여전히사회의 낙인이 강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 했다.
지난 11월초 문을 연 延世大의대 廣州세브란스 정신병원도 의사소통회의.공동사회모임등 환자들의 사회적응을 적극적으로 돕는 정신재활 프로그램등에 중점을 두고 있어 병동 분위기가 일상생활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다.
이 병원 兪桂濬원장은 『정신병에서는 약물요법.정신상담치료와 함께 환자에게 다양한 일상생활을 경험시키는 것이 회복이 빠르고퇴원후 환자의 사회복귀에도 기여하기 때문에 중요성이 보다 강조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 정신병환자 치료와 재활방식이 개방적으로 변하고 있어 입원이 필요한 환자나 그 가족들은 예전같이 두려움을 갖거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지적했다.아울러 『앞으로 알콜중독자,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반인들의 정신과 입 원치료가 늘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이같은 개방형 정신치료.재활프로그램의 중요성이 더 강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1월중순 문을 연 경북김천의 김천신경정신병원은 전체병상중 3분의2를 12시간씩 개방하는 개방병동과 환자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병동에 할애,폐쇄병동이 차지하는 비율은 3분의1에 불과하다.
이 병원 鄭根在원장은 『심각성이 적은 신경증(노이로제)환자를위해 가정생활처럼 지낼 수 있게한 휴식병실과 보호자와 같이 생활할 수 있는 보호자 병실도 만들어 보다 개방적인 정신병원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蔡仁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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