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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있는고향>쌍화차-피로회복에 특효.소음체질에 적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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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어렸을 때 아버지를 따라 다방이라는 데를 가면 간혹 쌍화차를즐기는 어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늘상 궁금했던 것이 거무튀튀한 약같은 액체에 달걀 노른자를 풀어 마시는 진기한 풍경이었다.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어린 아들이 나이를 먹어 아버지의세대가 되고 보니,쌍화탕이 왜 필요한가를 알만도 하다.요즘 젊은이들이야 이른바 다방문화가 아닌 카페문화에 익숙한 세대이고 보니 쌍화차를 접할 기회가 별반 없겠지만 육체의 피로를 푸는 건강차로 그만한 것이 없다싶다.
漢末 의성 張仲景이 처방한 황기건중탕과 후대인의 사물탕을 합하여 만들어진 쌍화탕은 기혈.음양을 고루 조화롭게 해준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운동선수나 평소 몸을 많이 쓰는 사람의 근육 피로를 푸는데 적합하다.간혹 부부금실이 너무 좋아 육체적으로 무리한 경우 피로회복을 위해서도 더없이 좋은 약차다.
그러나 한방 전문가의 충고에 의하면 본디 쌍화탕이란 수실인(즉 소음인)체질의 사람에게 적합한 보약이므로 다른 체질의 사람이 잘못 복용하면 설사가 난다거나 소화불량등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아무리 몸에 좋은 약이나 차라 하더라도 자신에게 알맞은 것을택해 써야한다.그런 의미에서 쌍화차는 특별히 몸을 많이 놀리지않는 정신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은 구태여 마실 필요가 없다고 본다. 쌍화차의 처방은 황기.작약.당귀.천궁 등 근육의 긴장을 푸는 약재와 숙지황.계지.대추.감초.생강으로 이루어지는데,이중숙지황은 신장을 보하는 약재이므로 다른 것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대신통기.건위의 효능이 있는 진피(귤껍질)를 첨가 하는 것이바람직하다.
우리의 전통적인 자기 찻잔에 담아 마셔야 제격인 쌍화차.창밖으로 하얀 눈발이 날리는 겨울날 실내에 앉아 각자에게 주어진 일상의 업을 수행하느라 지친 몸을 편안히 쉬며 쌍화차를 온가족이 함께 나눠 마시는 정경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다.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잔을 잡은 손이 쌍화차의 훈기로덥혀져 다음날의 삶을 예비토록 해줄 것이다.홍만종선생의『旬五誌』에 들어있는 교훈적 내용의 保和蕩에 관한 글을 읽는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인근의 한약건재상에 부 탁하면 좋은 쌍화차 재료를 구할 수 있을 터.문제는 가족들의 건강보약을 다리는 사람의정성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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