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각>고개드는 동구 공산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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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9일 실시된 舊동독 브란덴부르크州 지방자치단체장 결선투표에는 국제적 관심이 쏠려 있었다.지난 5일의 1차선거 당시 州都인 포츠담 시장선거에서 1위를 기록한 민사당(舊동독 공산당 후신)의 롤프 쿠츠무츠 후보가 과연 시장에 당선될수 있을까가 관심의 초점이었다.그는 1차선거에서 사민당 소속의 호르스트 그람리히 현시장에게 43.5%대 29.5%로 압승을 거둔 인물이다. 1차선거 직전 舊동독 출신 정치인들에게는 死藥이나 다름없는비밀경찰(슈타지)첩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그가 舊동독지역중 그래도 경제사정이 좋다는 포츠담같은 중요한 도시의 시장에 당선된다는 것은 곧 세계 공산주의의 화려한 부활을 의미 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그러나 독일인들은 결국 이같은 역사의 反轉을 거부했다. 포츠담시를 비롯,1차선거에서 민사당 후보가 선전한 브란덴부르크市와 코트부스市의 결선투표에서 민사당은 이날 한명의 후보도 당선시키지 못한 것이다.이는 민사당의 약진에 위기의식을 느낀 기민당과 사민당의 「적전동맹」에 의한 것으로 밝혀 졌다.
예컨대 포츠담시의 경우 기민당은 사민당후보 지원에 총력을 폈다고 기민당측 스스로가 밝히고 있다.
이날 시장 결선투표에서 민사당이 패배하긴 했어도 舊동독 주민들은 표를 통해 본의 정치권에 대해 할 말을 다했다.정치권이 정치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언제라도 民意는 돌아설수 있으며,선택의 폭은 이미 창궐하고 있는 극우파에서 극좌 공 산당까지 다양하다는 사실을 일깨운 것이다.바로 이 사실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의에 의해 불과 3,4년전 동유럽 각국에서 송장이 된줄 알았던 공산주의는 이미 불사조처럼 되살아나고 있다.최근의 러시아선거가 그랬고,독일 브란덴부르크州 지방선거에서도 민사당이 2위를 기록하는 대약진을 했다.이탈리아 지방선거에서 도 공산당계가휩쓸었고 지난9월 폴란드 총선에서도 공산당계가 집권에 성공했다. 정치권의 부정부패로 인한 이탈리아를 제외한 舊사회주의권에서의 이같은 공산주의 부활은 무엇보다도 시장경제체제로의 이행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제난 때문이다.이념보다는 빵 때문에 공산주의정권을 무너뜨린 이들은 똑같은 이유로 공산주의를 부활 시킬수도 있다는 사실을 엄연한 현실로 보여주고 있다.극우파가 준동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같이 민의의 좌우 극렬화를 막는 길은 정치를 잘해 국민을 잘살게 하는것 뿐이라는 상식을 우리의 정치권도 잊어서는 안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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