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욱칼럼>현실개혁 미래준비 내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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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李會昌국무총리의 등장에 이어 21일 14명의 장관이 교체되는전면改閣이 단행됐다.
60年代 이후의 우리 政治史를 보면 각 政權의 1期 內閣보다2期內閣이 본격적으로 일하는 내각으로 長壽한 경우가 많다.3共첫 내각의 崔斗善국무총리는 불과 6개월의 短命총리였던데 비해 그를 이은 丁一權국무총리는 在任 6년7개월로 역대 총리중 最長壽를 기록했다.6共에선 1期 내각의 李賢宰국무총리가 10개월만에 물러난데 비해 그를 이은 姜英勳총리는 2년餘를 재임해 6共최장수 총리가 되었다.
1期 내각들이 長壽하지 못한 것은 역대 집권자들이 집권初 人材풀도 넉넉지 않은데다 組閣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고 차별성을 추구하려고 무리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때문에 다음번 내각은 과도한「의미」부여보다는 일하는 팀을 짜는데 주력하다 보니 비교적성공작이 되었던 것 같다.
文民정부에서도 1期 내각의 短命 징크스는 역시 깨지 못했는데2期의 李會昌내각이 보다 성공적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UR협상타결로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 개막에 때맞춰 출범하는 李내각은 숱한 장.단기 과제를 앞에 두고 있다.그중 특 별히 유의해야 할 점 두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하나는 당면 과제로 국가경쟁력 提高를 위해 경제규제 완화를 혁명적으로 단행하라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중.장기 과제로 통일준비를 철저히 하라는 것이다.
金泳三정부는 출범 초부터 행정규제를 완화한다고 나름대로 노력해왔다.그러나 아직 피부에 닿는 효과는 극히 미미하다.얼마전 入閣한 어느 장관까지도 그동안 규제완화가 좀 됐는줄 알았는데 업계 사람들을 만나 비교적 솔직한 얘기를 들어보 니 어처구니 없는 규제가 숱하게 남아있더라면서 관료의 壁을 실감했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행정규제가 처음 생길 때는 상황도 지금과는 달랐고,나름대로 여러가지 명분이 있었을 것이다.그러나 세월이 가면서 그것은 관료의 끗발源이란 측면만 두드러지게 남게 되었다.그래서 행정규제완화에 가장 저항하는 세력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 고 관료집단이다. 金정부 출범전에 집권후 施政플랜 작성에 참여했던 사람에게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관료들에게 현재의 행정규제를 50% 완화하라고 하면 가장 완화 효과가 적은 것으로 件數만 50%를챙겨 실제 효과는 5%도 안되게 할 것이다,그래서 원 래 계획은 기업인등 민간의 이니셔티브로 규제완화案을 만들고 정부는 타당성만 검토해 개혁 차원에서 정치적 결단으로 단행하려고 했었다는 것이다.
최근 全經聯은 민간 주도의 대통령 직속「규제완화委」설치를 정부에 건의키로 했다.또 日本총리 자문기구인 經濟개혁연구회도 규제완화 추진을 감시하기 위해 권고권과 자체 사무국을 가진 강력한「제3자기관」의 입법화를 촉구하는 보고서를 냈다 .
무한경쟁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감한 행정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면 發想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규제 마인드에 젖은 관료 입장에서가 아니라 규제의 불편을 심각하게 겪어온 기업 입장에 서서 혁명적으로 규제를 풀어야 한다.그러자면 규제 완화 작업을 관료에게 맡겨서는 안되고,기업인등 민간인 주도로 案을 만들게 하고 정부는 환경.공정거래.이해조정등의 차원에서 최소한의손질만 가하도록 해야 한다.규제 완화 추진을 청와대가 직접 챙기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규제완화 작 업의 主體를 바꾸는 게 더중요하다.
그리고 새 내각이 중.장기 과제로 역점을 두어야 할 일이 다름아닌 통일준비 작업이다.西獨의 경우는 막강한 경제력,잘 발달된 복지제도,東獨에 대한 철저한 이해,법적.제도적 대비등 상당한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도 사회.경제통합 과정에서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西獨에 비하면 우리는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다.
獨逸의 경우를 보면서 우리 정부는 독일식 「흡수통일」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만 하고 있다.물론 독일 방식을 추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추구하든 안하든 상황이 그렇게 되어버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데 있 다.현실적으로는 점진적이고 부분적인 남북 통합 과정중 어느 단계에서 급속히 합류하게 될 개연성이 크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금부터 統一준비를 때문에 통일 후 예상되는 문제들과 통합의 과제들을 모두 드러내 법제도를 정비하고,재원을 확보하며,북한 연구기능을 북돋우고,우리 사회의 기구.단체.조직등 민간부문을 강화해나가는 일이 급하다.예상 밖으로 早期에 통일될 가능성이 조금이 라도 있고 또 통일 이후에 대한 준비가 상당한 시간과 돈이 필요한 작업이라면 그 준비의 본격착수는 빠를수록 좋다. 통일 준비는 UR준비 정도의 일이 아니다.민족과 나라의운명, 전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일이다.UR준비 미흡으로도온 나라가 큰 홍역을 겪고 있는데 통일 준비를 소홀히 했다가 또 어떤 어마어마한 일을 당하게 되겠는가.
「일하는 내각」이어야 할 새 내각은 당면한 현실 개혁과 함께국가의 未來에 대한 준비에도 소홀함이 없기를 기대한다.
〈論說主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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