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살이 1년… 누명 벗고 가족품에 안긴 김 순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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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복직해 억울한 사람 돕고 싶다”/구타 없었지만 잠안재우고 협박/파면처분 취소·손배소송 내겠다
신림동 청수장여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1년간 어울한 옥살이를 한 김기웅순경(27)이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따라 16일 낮 12시10분쯤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와 가족들의 품에 안겼다.
녹두색 점퍼에 마스크를 한채 구치소 문을 나선 김 순경은 『다시는 나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시간쯤 초조하게 기다리던 아버지 김상열씨(58)와 어머니 홍연식씨(60) 등 가족들은 김 순경이 나오자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1년여만에 풀려난 소감은.
▲진실을 밝혀준 것은 외롭게 애쓰신 부모님과 하느님이다. 다시는 나와 같은 억울한 사람이 생겨선 안된다.
­그동안의 수감생활은.
▲언젠가 진실이 밝혀지리라는 믿음으로 성경을 읽으며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불쌍하게 숨진 이양을 위해서도 기도했다. 특히 수사기관의 무리한 수사로 억울하게 옥살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20여명의 수감자를 위해 탄원서를 대신 써주기도 했다.
­경찰과 검찰·사법부에 하고 싶은 말은.
▲경찰은 초동수사를 잘 못했으며 검찰은 물증없는 무리한 수사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범인으로 몰고갔다. 재판부 또한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채 무성의한 재판으로 일관했다. 모두 각성해야 한다.
­경찰·검찰 조사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는가.
▲구타는 없었지만 잠을 재우지 않고 폭언과 협박을 했다. 특히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과가 나오자 『네가 범인임이 밝혀졌다. 부인해봤자 형을 살수밖에 없다』며 자백을 강요당했다.
­수사과정에서 조서는 제대로 보았나.
▲경찰에서 무인을 찍은 뒤 조서를 보여달라고 요구했으나 끝내 보여주지 않았다. 검찰에 가서야 조서내용을 알았다.
­앞으로 계획은.
▲경찰에 복직해 억울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돕고 싶다. 파면처분 취소청구소송을 냈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낼 생각이다.
­그밖에 하고 싶은 말은.
▲이 사건에 깊은 관심을 가져준 국민과 언론에 감사한다.<이현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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