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주석 늘려 외교다원화 모색/북한 권력핵심 인사 마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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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영주/남북대화 활용/김병식/조총련 관계 강화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11일 김일성의 동생이자 정치국 후보위원인 김영주와 사민당 위원장 김병식을 부주석에 선출함으로써 인사문제가 일단락됐다.
북한은 그러나 당초 예상됐던 김정일에 대한 당총비서나 국가주석의 대물림 등 권력승계와 관련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따라서 권력승계는 김정일이 후계자로 내정된뒤 20년이 되는 내년초께나 돼야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인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역시 김영주와 김병식의 부주석 선출로 부주석을 4명으로 늘린 점이다.
김영주의 중용은 그가 8일 열린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되면서 상당부분 점쳐져 왔다.
김의 부주석 기용은 일단 가족에 대한 포용 및 앞으로 남북 특사로 활용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은 그동안 김정일과 갈등관계를 빚으면서 요직에서 밀려나 있은데다 72년 남북조절위 북측 위원장을 맡는 등 남북 관계에 밝다는 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김의 중용이 김정일의 후계구도에는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게 대체적 시각이다.
사민당 위원장 김병식의 부주석 선출도 83년 1월 강양욱 사민당 위원장이 사망한 이후 10년만에 정부 요직에 비노동당 인맥이 기용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특히 김은 재일 조총련의 제1부의장 출신인 만큼 그의 중용에는 조총련과 경제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최근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논의가 진행되면서 북한 경제의 돈줄인 조총련의 엔화 송금차단이 긴요하다는 저간의 국제사회 분위기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부주석은 지난 88년 부주석 임춘화가 사망한 이후 2명에서 두배로 늘어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헌법상 부주석은 주석을 돕는다고 돼있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특사로 외교관계를 많이 관장해온 만큼 부주석을 늘린데는 외교를 다원화하겠다는 뜻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최태복이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장에서 해임되고 황장엽이 선출된 것으로 미뤄 최가 노동당 국제담당비서에서 전보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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