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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공장 지어주며 투자유치 한창-조건은 현지인 고용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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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외국인 투자유치 경쟁이 유럽국가들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공장부지를 공짜로 제공하고 건물까지 지어준다.국가차원및 지역차원의 금융지원,세제혜택은 물론 시설투자에 대해 보조금도 지원한다. 필자가 지난달말 한국편집인협회와 유럽공동체(EC)공동 주최로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열린 韓-유럽 言論人세미나에 참석한후 시찰기회를 가졌던 大宇전자의 프랑스 現地공장도 그중 한例였다. 과거 독일과 영토분쟁으로 우리에게도 이름이 생소하지 않은 프랑스 동북부 로렌지방은 얼마전까지만해도 탄광과 철강공업이 발전해 있던 곳이었다.大宇전자는 이 지역의 작은 마을 롱위에 전자레인지공장을,이곳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인 파멕에 텔리비전 조립공장을 가동하고 있었다.
롱위공장에는 주재원 5명,현지 채용인 1백52명등 1백57명이 올해 24만대의 전자레인지를 만들어 1억3천만프랑(2천5백만달러)의 매출액을 목표로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파멕공장은 주재원 8명,현지고용인 1백74명.금년 계획은 텔리비전 9만3천4백대를 생산해 1천8백50만달러의 매출액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롱위 전자레인지공장의 대지 9천평,건물 1천7백평과 파멕 텔리비전공장의 대지 1만7천평,건물 4천평은 무상으로 제공된 것이다.시설투자액에 대해서도 35%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받았다.이같은 지원에 대한 大宇전자의 의무사항은 단지 현지 사람을 雇傭하는 것이다.
이같은 고용효과를 위해 州정부는 토지를 공여하고 이 지역 철강협회는 건물을 지어주는가 하면 철강고용인원당 5만프랑,기타 고용인원당 3만프랑씩에 해당하는 지원금을 제공한 것이다.
투자 인센티브는 투자규모.고용인원.투자성격에 따라 더 많아질수도 있다.大宇공장들의 경우 諸稅 5년 면제,전기사용료 감면등몇가지 혜택들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로렌지방 철강협회의 경우 철강실업자가 늘고 있어 장기근속자 사후대책에 드는 비용보다는 차라리 외국공장 유치가 더 저렴하다고 판단,EC결정을 초과하는 지원까지 공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적극적 유치노력덕분에 로렌지방에는 韓國 4개,日本 14개등 외국기업 60개가 진출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투자유치노력은 EC회원국들의 공통된 현상이다.韓國의 경우 英國에 대한 투자가 EC지역 총투자의 37.1%로 가장 많다.英國이 EC회원국중 가장 유리한 투자유치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금융지원이 다양하다.「신제품 개발,생산성 향상으로 英國경제에 이익이 되는」5백만파운드 이상의 투자에 대해 선별 금융을 지원하고 특히 마이크로電子공학.생체공학등 신기술.첨단제조기술 관련산업에 대해서는 특별지원이 제공된다.
국가차원의 금융지원과 별도로 잉글랜드.웨일스.스코틀랜드내 지원대상지역에 대해 신규 고정자본 비용 지출의 15%까지 보조금이 지급되며 北아일랜드 지역은 특히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 모든제조업.서비스업의 시설.기계.건물등 자본비용의 50%까지 지원된다. ***英진출 가장유리 稅制에 있어서도 英國은 EC회원국중 가장 낮은 수준인 33%의 법인세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과학연구.산업건설을 위한 자본지출금에 1백% 세금공제를 해주며 기계류 구입비용에 대한 年25% 감가상각을 인정해주고 있다.
이같은 조치에 따라 英國내 외국인 투자는 80년 25억4천1백만파운드였으나 90년에 이르러서는 1백72억3천1백만파운드를기록했다.
유럽국가들의 해외투자유치경쟁은 근본적으로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失業증가가 배경이다.최근 유럽경제는 戰後 최악이라 불릴만큼심각하다.금년중 EC는 英國(1.9%),아일랜드(2.0%),룩셈부르크(0.7%)를 제외한 전회원국에서 마이너 스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EC 전체적으로는 마이너스 0.4%의 성장이 전망된다.
이에따라 실업률 또한 금년에만도 1.1%포인트 증가한 10.
6%에 이를 것이며 실업자수는 EC 전체적으로 1천7백만명을 넘어 내년에는 2천만명에 이를 전망이다.韓國입장에서 보면 對EC투자는 지금이 기회인 것으로 분석된다.EC통합 가속화에 따라유럽 域內교역은 60%로 점증추세며 역내시장보호를 위한 대외통상압력도 심화되는 추세다.이같은 변화에 대처하면서 동시에 세계주요 단일시장으로 부상하는 EC시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도 단순수출과 병행해 투자를 통 한 域內기업화에 더욱 신경을써야할 일이다.
앞으로 해외투자정책은 외환관리차원에서 탈피,세계경제의 글로벌化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대폭 조정돼야 할 것이다.
***유연성 본받아야 해외투자에 대한 규제들을 완화해 기업이스스로 기술개발거점의 국제화,제품의 국제분업화등을 통해 경영 전반의 국제화를 이룩하도록 유도해야할 것이다.
아울러 국내산업정책에 있어 경제선진국들의 유연성은 시급히 본받아야할 것이다.프랑스의 大宇텔리비전및 전자레인지공장은 투자승인과 공장.제조설비건설을 거쳐 제품이 생산되기까지 총소요기간은불과 1년2개월이었다.韓國에서 각종 인.허가기준 을 통과하고서도 수백장의 서류와 수백개의 도장을 받느라 시간과 돈과 정력을쏟아넣어야하는 관료절차및 행정규제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국민소득이 우리보다 몇배나 되면서도 더 부유한국가를 만들기위한 유럽선진국들의 투자유치경쟁은 우리 정책 당국이 깊이 가슴속에 새겨야할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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