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보통신 美보다 뒤졌다 비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지난달 日本의 1백대 통신회사 간부들은 이른 아침부터 간자키다케노리(神崎武法)우정상의 긴급호출을 받고 잔뜩 긴장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클린턴 美대통령과 고어부통령이 실리콘밸리에서美國의 정보고속화 계획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과 쌍방향TV 개발프로젝트에 열중하고있는 美國과학자들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가 상영됐다.
『美國이 정보고속화 계획으로 세계를 다시 지배하려 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한시간가량의 테이프 상영이 끝나자 장내에는 쥐죽은 듯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이같은 장면은 몇년전 같았으면 日本의 세계시장 침투를 우려한미국에서나 있을 법한 현상이다.그러나 상황이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최근 日本에서는 심각한 경기침체의 원인을 찾는 노력이 활발하다.텔리커뮤니케이션 분야만 놓고 보더라도 美國보다 10년이상 뒤처져 있으며 이로인해 전체경제가 위협받고 있다는 자성의소리가 높다.
몇가지 통계수치는 이같은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1백명당 퍼스널 컴퓨터 보유대수는 美國의 25%에 불과한 9.9대,그나마 이렇게 부족한 PC중에서도 근거리통신망(LAN)을 통한 컴퓨터통신에 이용되는 비율은 미국(55.7%)의 4 분의 1에 불과한 13.4%,세계통신망에 연결돼 있는 컴퓨터 대수는 캘리포니아 1개州의 6분의1에 불과하다.
이같은 열악한 상황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무엇보다도 정보를전달해 주는 통신망(네트워크)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낙후된 정보통신의 원인은 日本의 독특한 문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일본인들은 전자우편등 첨단통신보다는 얼굴을 맞대는 인간관계를 더욱 중시한다.일본의 대다수 연구소들은 정보누출을 우려하는 이유로 전자우편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정보통 신 관련 시설의 임대비용이 미국의 5~10배정도 비싸다는 점도 문제점으로지적된다.
우정성의 관료주의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새로운 서비스를 인가받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국제시장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다는게 업계관계자들의 불만이다.
이같은 자성 끝에 곳곳에서 변화가 일고 있다.지난달 日本의 대표적 싱크탱크의 하나인 사회경제위원회는 제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미국을 따라잡기 위한 비상계획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휴대용전화기.컴퓨터 통신망.케이블TV의 사용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으며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총리도 현재 임대만 가능하게 돼 있는 휴대용전화기 사용제도를 내년 4월까지 개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첨단기술 도입도 허용돼 토먼 코 포레이션.텔리 커뮤니케이션(TCI)등 미국이나 유럽업체들이 속속 몰려들고있다.경기침체의 한 원인을 정보통신분야의 낙후에서 찾아낸 일본이 반도체등의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어떻게 미국과의 격차를 메워나갈지 관심을 끌고있다.
〈申成湜기 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