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외웠던 국민교육헌장 이제는 잊어야 할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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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우리는 민족중흥의…」4반세기동안 우리의 눈과 귀에 익어온 3백93字의 국민교육헌장이 6일 제25주년 기념식을 끝으로 사라진다. 대폭 수정후 재탄생이냐,폐지냐를 놓고 서울大교육연구소(소장 李敦熙교수)가 내년 4월까지 시한을 두고 검토에 들어간것이다. 68년6월 朴正熙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제정에 착수,6개월뒤 선포된 국민교육헌장의 제정취지는「건전한 국민교육의 방향과 생활윤리.가치관의 정립」.
그러나 68년11월 국회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된 국민교육헌장은 처음부터「덕목이 너무 많다」「내용이 추상적」「방향이 불분명」등의 지적이 제기됐었다.
선포와 함께 국교생에서 직장인에게까지 암송이 강요됐고 각종 행사의 국민의례때마다 낭독되었으며 학생들의 시험문제에도 단골메뉴로 등장했다.
유신직후인 72년 4주년기념식에서 朴대통령은『10월유신은 국민교육헌장의 이념과 기조를 같이한다』고 강조,유신의 정당화를 떠받치는 도구로 악용(?)되기도 했다.
78년엔 비판의견을 낸 全南大교수 2명의 구속(긴급조치9호 위반)및 13명의 해직을 부른 이른바「교육지표 사건」으로 비화됐다. 79년「10.26」이후 헌장말미의「대통령 朴正熙」대목이빠졌으며 국회에서만도 80,83,88년등 다섯차례에 걸쳐 야당의원들을 중심으로 개정.폐지시비가 잇따랐다.
6共들어서는 89년 국교교과서에서부터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현재는 중.고교 교과서 일부에만 명맥이 남은 상태.
지난10월 교육부국감에서 또다시 개폐논의가 일면서 吳炳文장관이 서울大에 연구.검토를 맡김에 따라 급기야 天壽를 다하게 됐다. 〈金錫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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