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성장 6.3% 물가 6.1%/한은서 전망한 경제기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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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설비투자·수출증가 지속/경기/공공요금·땅값 곳곳 암초/물가
내년도 우리 경제성장률이 6%대로 높아지기는 하겠지만 올해보다 더 높은 물가상승이 걱정되므로 물가안정에 정책의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은행은 4일 우리 경제의 실질성장률이 올해 4.9%,내년에는 6.3%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한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일 설비투자가 내년에는 증가세로 돌아서고 수출이 꾸준히 늘어나는데 힘입어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당초 적자로 예상됐던 경상수지의 경우 엔고에 따른 수출증가 덕택에 올해는 균형을 이루고,내년에는 5억달러 정도의 흑자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성장률을 0.6% 포인트나 웃도는 5.5%를 기록하고 내년에는 6.1%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올리지 않은 택시요금·전기요금 조정에 이어 여느 때보다 높은 각종 공공요금의 인상요인이 도사리고 있는데다 유류 특별소비세 인상 등이 물가를 부추길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한은의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내년중 임금상승률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무를 것을 전제로 한 것인데,올해 「고통분담」을 내세우며 억제했던 근로자의 임금인상 욕구를 내년에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어서 실제 물가상승률은 이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내년도 임금상승률이 고용불안에도 불구하고 인플레 기대심리,공무원 처우개선에 따른 민간기업 근로자의 임금인상요구 등에 의해 올해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경기회복에 따라 민간수요가 살아나면서 올해 실명제 이후 넉넉하게 풀린 돈이 제대로 돌고 잠잠하던 부동산값까지 들먹거리면 내년 물가불안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런 판에 내년 실업률은 올해(2.8%)보다 0.2% 포인트 더 높아진 3.0%(실업자수 61만4천명)로 87년이후 처음으로 3%대에 들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국제수지가 4년만에 흑자로 돌아서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전보다 더욱 세심한 통화·환율관리를 요구한다는 것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내년에 개방이 더욱 확대됨으로써 외국 돈이 훨씬 많이 들어와 해외부문의 통화증발을 가져올 것이고 이는 우리 돈 가치를 높여 수출상품가격을 올림으로써 수출에 지장을 줄 수 있다.
한은 이외의 각 경제예측기관 전망을 종합해보아도 내년 우리 경제의 모습은 「물가불안속의 완만한 경기회복과 높은 실업률」로 특정지어진다.
그러나 성장률이 높아지고 국제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는 우리 경제의 이같은 회복국면이 산업의 구조조정이나 기술력·생산성 향상이라는 자생적 요인이라기 보다 상당부분 엔고 등 외생적 변수에 따른 것이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따라서 목표치를 밑도는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단기 부양책보다는 산업구조조정과 체질개선에 더욱 힘써 경쟁력을 키워가야 한다는 지적이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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