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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구독료 자동납부 캠페인, 신문시장 판촉과열 '대청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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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세계적 권위지인 미국의 뉴욕 타임스와 독일의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신문이 배달되지 않을 경우 신문값을 독자 계좌에 즉시 넣어준다. 그것이 가능한 건 구독료 자동납부(이체) 시스템으로 본사가 독자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서다. 당연히 독자 수 부풀리기가 있을 수 없고, 신문사는 독자 서비스 강화에 늘 골몰한다.

중앙일보가 16일 선언한 '구독료 자동납부 캠페인'도 판매시장의 거품을 빼고 독자에게 한발 더 다가서기 위한 시도다.

특히 신문사가 당장 20% 가까운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가격을 낮추는 건 국내 신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전근대적 판매관행을 고치는 대신 그 부담을 독자가 아닌 신문사가 떠안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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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자들은 "치열한 신문업계의 생존경쟁하에서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며 "신문시장이 정상화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는 반응이다.

◇독자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우리의 경우 많은 독자가 지로용지를 통해 신문대금을 지불한다. 그러나 선진국에선 자동납부가 보편적이다. 본사에서 독자를 한눈에 파악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지국은 배달만 대행한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 등 선진 언론에선 나아가 독자전화번호.주소.생일뿐 아니라 e-메일 주소도 파악해 다양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신문과 독자가 살아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만큼 만족도가 높아지고 신문을 끊는 비율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따라서 외국에선 자동납부를 신문의 선진화로 가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삼고 있다. 캐나다의 더 데일리 뉴스는 지로에서 자동납부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걸기도 했다.

◇판매시장 투명하게=구독료를 월 1만2천원에서 1만원으로 내릴 경우 신문사로선 17%의 수익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신문사가 '미다스의 손'이 아닌 이상 결국 경품 등 판촉비용에 쓸 재원이 없어진다. 따라서 신문의 질을 높이는 정공법으로 승부하게 되고, 판매시장의 건강도와 투명성은 크게 높아지게 된다.

물론 지난해 대부분의 신문이 적자를 낸 상황에서 쉽게 가자면 구독료를 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왜곡된 판매시장을 정상화하는 것이 당장의 손해보다 중요하며 중.장기적으로 신문산업을 발전시키리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한국광고주협회 김이환 상근부회장은 "그동안 신문시장의 문제점은 방송에 비해 투명성이 부족했다는 점"이라며 "이런 점이 개선될 경우 광고주들도 더욱 관심을 보이게 돼 신문산업 전체에 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가격, 다양한 선택=흔히들 신문은 같은 가격이라고 믿어 왔다. 실제로도 그랬다. 한 신문이 가격을 올리면 슬그머니 따라갔다.

독자의 이해관계보다는 신문사 간의 '연대의식'이 더 강하고 편리했다. 경쟁이 격화하면서 부당 확장단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다시 신문 가격을 올리는 악순환도 되풀이돼 왔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어디에도 신문의 가격이 우리처럼 동일한 데는 없다. 예를 들어 평균적으로 뉴욕 타임스는 1달러, 워싱턴 포스트는 35센트다.

다만 최근 국내에서 변화의 조짐은 뚜렷하다. 조선일보가 최근 구독료를 월 1만2천원에서 1만4천원으로 올린 반면, 지하철 무료신문 시장도 커져만 간다. 중앙일보의 구독료 인하 효과를 경쟁지와 비교하면 2년간 9만6천원의 차이가 난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박영상 교수는 "정부 언론정책 등에 따라 그동안 신문 가격은 일종의 카르텔이 형성된 기형적 구조였다"며 "이젠 가격도 다양화하고 서비스의 차별화도 이뤄지는 등 시장 원리가 적극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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