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직전… 불꽃튀는 막후협상/예산위 시한 맞은 긴장의 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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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통과­저지” 다짐속 막판절충 계속/“양보할건 다했다” 날치기 불사 시사/민자/“농성강화” 결의속 감시조 전면 가동/민주
새해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을 맞은 2일 국회가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여야는 그러나 1일에 이어 이날도 총무접촉 등 공식 창구외에 막후 채널을 가동해 막판 절충을 시도하고 있다.
▷여야협상◁
○…민자당은 예결위를 비롯,재무·농림수산·정치특위 소속 의원들에게 전원 대기토록 지시했고 민주당은 이들 특위와 상임위에 날치기 저지조를 배치했다. 여야는 그러나 물밑접촉을 통해 최대의 쟁점이 되고 있는 안기부의 수사권 문제에 대한 절충을 벌이는 등 일괄타결을 모색하고 있다. 이날 막후접촉에서 민자당측은 간첩죄·내란죄 등외에 국가보안법상의 찬양 고무죄의 경우 타 수사기관으로의 이관을 검토할 수 있으나 불고지죄 부분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민주당은 이의 수용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김종필 민자·이기택 민주당 대표 등 여야 수뇌부는 1일 밤늦게까지 국회에 대기하며 당직자들과 구수회의를 거듭했고 심야 총무접촉을 통해 절충을 시도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와함께 국회 정치특위 간사인 박희태·박상천의원이 외부에서 만나 안기부법 개정안에 대한 조율작업을 벌였고 정부측의 김덕룡 정무1장관도 이부영 최고위원 등 민주당측과 물밑접촉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민자당◁
○…민자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와 당소속 국회 상임위원장·간사단 회의를 잇따라 열고 예산안 법정시한내 처리를 다짐. 민자당은 또 민주당을 강력 성토하는 한편 더이상 공식적으로 협상할 뜻이 없음을 강조해 예산안 정상처리는 더욱 불투명해지는 인상.
의총에서 김종필대표는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은 오늘이며 최선을 다해 이 시한을 지키는 것이 집권여당의 책임』이라며 『예결위원은 물론 예산관련 상임위 위원들은 오늘 예산안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합심하라』고 당부.
김영구 원내총무는 원내 보고를 하면서 상당히 격앙된 어조로 『통신비밀보호법 제정에서 보듯 우리 당은 이제까지 민주당에 많은 양보를 했으나 민주당은 자기 입장을 다 관철하기 위해 예산안 통과를 저지하려하고 있다』고 비판. 황 총장은 『정 타협이 안되면 모양이 안좋더라도(예산안을 처리) 해야지. 야당이 단상을 점거하면 안방으로 옮겨서라도 해야지』라고 날치기도 불사할 것임을 시사.
▷민주당◁
○…새해 예산안의 법정처리 시한인 2일 민주당은 최고위원 간담회와 의원간담회를 잇따라 열고 민자당의 강행통과시 이를 총력저지키로 결의하는 등 긴장된 분위기. 민주당은 이날 오전의 예결위와 재무위·농림수산위 등 상임위에서 여당 단독의 안건처리를 감시하기 위해 소속의원들로 편성된 「날치기 방지조」를 풀가동. 의원간담회에서 김태식총무는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기에는 남은 일들이 많기 때문에 법정시한내 처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그러나 의장직권으로 상정해 날치기 통과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감시활동을 독려. 이기택대표는 전 의원들이 각자 배치된 위치에서 비상대기하며 상임위·예결위를 철저히 감시할 것을 지시.
○…농성에 들어간 민주당은 소속의원 96명중 첫날 이곳에서 밤을 보낸 의원이 16명에 불과하자 『전의가 약한 것 아니냐』는 자성의 소리가 대두.
이날 농성돌입 행사때만해도 이기택대표·당 3역 등 모두 25명이 참석해 밤새 농성인원이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대부분 의원들이 얼굴을 비추다 슬며시 잠적. 당관계자들은 『연락이 잘 안된 탓 같다』 『연일 계속되는 의정활동의 피로 때문일 것』으로 해석했으나 일부는 『의총때 가장 떠들던 의원들이 모습도 안 비췄다』 『야당 기질이 많이 약해진 것 같다』고 한마디씩. 이를 의식한듯 2일 오전 의원간담회에서는 『농성을 더 조직적이고 강화된 모습으로 하자』는 결의까지 채택.<신성호·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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