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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입국 알선' 수사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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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찰이 중국 내 탈북자들을 국내에 입국시키고 돈을 받아온 탈북자 지원단체를 수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수사는 정부가 탈북자에 대한 뚜렷한 정책을 세우지 못한 가운데 탈북자의 입국을 지원하는 민간단체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파문이 예상된다.

서울경찰청 외사과는 15일 중국에 체류 중인 탈북자 1백97명을 국내로 입국시킨 후 알선 수수료 명목으로 일인당 2백만~3백만원씩 모두 1억9천여만원을 받은 혐의(공갈 등)로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 사무국장 임모(37)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탈북자 출신인 임씨 등은 지난해 1월 중국 산둥(山東)성에서 활동 중인 밀입국 알선 조직을 통해 탈북자 李모(29.여)씨 등 9명을 모집, 제3국을 경유해 국내로 들어오게 했다. 임씨 등은 정부가 탈북자에게 개인별로 지급하는 정착금 3천7백만원 중에서 여행비 등 국내 입국에 필요한 경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임씨 등이 영리 목적으로 정착금을 가로채 왔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을 떠돌고 있는 탈북자는 대략 10만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임씨 등은 탈북자들을 육로를 통해 베트남으로 이동시켜 한국영사관의 보호를 받게 한 뒤 캄보디아에서 한국 여권을 발급해 국내로 입국시켰다. 국내 입국까지는 2~6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씨는 "탈북자에게 받은 2백만원 중 중국에서 베트남까지 가는 육로 이동 교통비 50만원, 관광객으로 위장해 국경을 통과하는 데 드는 비용 1백만원, 그리고 나머지를 중국 내 협력자들에게 나눠줬다"며 "이익을 챙긴 적은 절대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탈북자 동지회.백두한라회 등 탈북자 관련 단체는 "중국에서 탈북자 입국을 돕다 잡히면 인권운동가가 되는데 한국에선 브로커로 취급당한다"며 경찰 수사를 강력히 비난했다.

탈북난민본부 본부장인 김상철(金尙哲)변호사는 "이번 수사는 피해자의 제보에서 시작된 게 아니라 정부 기관이 주도한 기획 수사"라며 "탈북 입국자의 수가 급증하자 이를 제지하기 위해 정부가 의도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탈북난민본부는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까지 극비에 부쳐왔던 탈북자의 입국 경로를 공개하고 정부의 무원칙적인 탈북자 정책에 대한 개선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탈북자 현황=현재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는 모두 4천5백여명. 1953년 정전 이후 매년 한두명에 불과하던 탈북자수는 2002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해 지난해에는 1천2백여명이 국내로 들어왔다.

탈북자들이 국내에 도착하면 관계기관의 조사를 받은 뒤 주민등록증이 발급되고 임대주택 등 거주지와 정착금 3천7백만원을 받게 된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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