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환경 개선 또하나의 발판/정당법·통신비밀보호법 개정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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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공직자 윤리법에 이어 제도개혁 진일보/정당법선 「상향식 공천」 명시못해 아쉬움
여야는 11월30일 국회 정치특위에서 정당법·통신비밀보호법 개정에 합의해 이를 법사위원회에 넘겼다.
이들 법안은 지난번의 공직자윤리법에 이어 정치환경의 개선을 실현하는데 또 하나의 주춧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로써 특위에서 심의중인 개혁입법은 정치관계법중 통합선거법·정치자금법과 비민주 악법 개폐에서 안기부법 개정 등 핵심법안 세가지를 남겨놓고 있다.
이 두 법안의 여야 합의통과는 나름으로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우선 정당법 개정안 가운데 법정지구당수를 절반으로 줄여 정당 창당요건을 대폭 완화한 것과 공직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 경우에도 정당등록을 취소하는 기존 조항을 삭제한 것이 주목된다.
이는 정당형태를 지향하는 정치결사체가 정당을 만들 수 있는 길을 비교적 쉽게 했으며,또 군소정당이 후보를 내지 못해 사라져버리는 일이 없게 됐다.
정당활동이 일정부분 활성화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반면 정당의 설립목적이 공직자의 충원이라는 점에서 볼때 능력도 없는 군소정당의 난립을 가져올 소지도 크다.
공직후보자의 선출때 중앙당에서 하향식으로 거의 임명하다시피 하고 있는 현재의 정당분위기를 개선코자 했던 당초의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다.
새 법안은 정당의 공직후보 선출방법을 비밀투표에 의한 공천방법을 채택하지 않고 단지 민주적 의사를 반영토록 한다는 훈시규정만 마련함으로써 지구당에서 부터의 「상향식 공천」을 제도화하지 못했다.
언론인·전임강사 이상 대학교수에게도 정당가입을 허용한 것은 개인의 정치적 자유확대라는 점에서 점수를 줄 수 있을지 모르나 우리 여건에서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미지수다.
정치인뿐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 보호와도 밀접한 관련을 갖는 통비법 개정은 「도청」이라는 군사정권의 묵은 때를 벗겨나가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함직하다.
이중 여야 합의과정에서 새로 삽입된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기계 도청할 경우 법관영장을 발부받도록 제한규정을 둔 것이 눈길을 끈다.
이는 지난 대선때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부산 복집도청」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돼서는 안된다는 여야의 공통된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조항은 앞으로 기업간의 산업스파이 활동,경쟁하는 정치인간의 사적인 도청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될 것이다.<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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