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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예산통과 순탄했나-5共땐 거의 원안대로 통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국회의 94회계연도 예산안 처리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새해 예산안심의 지연의 직접적인 이유는 民主黨의 지연전술 때문이다.
民主黨은 이번 정기국회의 최대 현안을 수사권 폐지및 예산통제를핵심으로 하는 안기부법 개정에 두고 있다.문민정 부 첫해에 반민주적인 안기부법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다시는 쉽사리 개정할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따라서 이를 위한 수단으로 예산안과의 연계투쟁을 벌인다는 전략인 것이다.
民主黨소속 예결위원들은 소위 필리버스터(의사진행지연전술)를 펼쳐왔다.질의는 30분으로 제한돼 있지만 의사진행발언과 보충질의를 계속적으로 해온 것이다.어느 의원은 하루에 92번이나 발언하기도 했다.
지난 12일 예결위가 구성된 이래 2주일이나 이러한 지루한 정책질의를 계속했다.부별 심사나 계수조정이 늦어지는 까닭이다.
民自黨은 예산안을 법정시한인 12월2일까지 처리하고 다른 쟁점법안은 이번 정기국회 마감일인 16일까지 심도있게 심사,처리하자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民主黨은『예산안처리 법정시한은 어디까지나 훈시규정일 뿐이고 시한을 넘기면 준예산을 집행해온게 관례』라고 반박하고 나왔다.
지난 13대국회의 경우 예산안이 법정시한 내에 순탄하게 처리된 적이 별로 없다.
89년의 경우 위원장 선임문제,5共청산 연계 등으로 예결위구성 70일만인 12월19일에야 비로소 처리되었다.당시 예결위 구성은 그해 10월10일 이루어졌으나 위원장은 한달뒤에야 선출됐다.90년의 예산심의는 平民黨의 등원거부로 단 3일간의 졸속심의끝에 12월18일 표결 처리되었다.부별심사는 아예 생략되었다.그해 3당합당으로 탄생한 民自黨이 임시국회에서 각종 법안을날치기 통과시킨데 대해 平民黨이 항의,장기간 정기회의에 등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3대국회 마지막 해인 91년 전해에 이어 거대 여당의 각종법안 날치기 처리등의 파동으로 예산안이 법정기한을 하루 넘겨 12월3일 표결 통과되었다.위원회가 구성된지 55일만이었다.
14대국회 첫해인 지난해에는 대통령선거 관계로 정기국회를 단축운영하는 바람에 예산안심의 21일만인 11월18일 표결처리되었다. 권위주의 시절인 5共정권하에서는 예산안의 심사가 모양새있게 이루어졌으나 거의 정부 의도대로 처리됐다.81,84,85회계연도 예산안은 정부가 제출한 액수가 그대로 통과되었다.다만8백50억,3백90억,3백억여원만 각각 항목 조정되었 을 뿐이다.이른바 제1야당인 민한당이 제2중대,국민당이 3중대로 불리던 시절이었다.12대국회의 경우 야당의원들도 민주화투쟁,즉 데모를 하느라 예산안에 관심을 쏟을 처지가 아니었다.
예산안에 대한 심의가 실질적이고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것은 5共말기인 87년도부터라는 지적이다.88회계연도 예산안을심의한 이 해에는 당초 정부 제출안 17조5천4백억여원중 0.
4%의 수정이 이루어졌다.5백90억여원 증액시 1천3백70억여원 삭감으로 순삭감액이 7백80억여원에 달했다.
여소야대 국회가 구성되었던 6共 첫해인 88년도 국회에는 89회계연도 예산을 정부안에서 0.7% 수정해 처리했다.증액 3천70억여원에 삭감 4천5백억여원으로 순삭감액은 1천4백억여원이었다. 이어 89년에는 새해예산을 정부안 보다 1.5% 수정,80년대중 가장 많은 수정을 했다.이 해의 증액은 2천3백여억원,삭감은 5천6백억여원으로 순삭감액은 3천3백억여원에 달했다. 올해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43조2천5백억여원 제출해 놓고 있다.民主黨에서는 모두 4천5백억여원의 삭감을 벼르고 있어그 결과가 관심을 끌고 있다.
〈金基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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