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해는뜨고 해는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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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제1부 불타는 바다 어머니,어머니(39)공장 안으로 들어서기위해 문앞에 서서 지상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아무 일도 없었던 듯 그렇게 일을 하자.의연하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지상이 공장 안을 한번 둘러보았다.
톱질하는 소리와 나무 깎는 소리가 멎으며 한순간 공장 안이 조용해졌다.지상은 천천히 자신의 작업대로 걸어갔다.그의 얼굴을 보며 놀라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여공들이 언뜻 보였다.사람들의 시선이 어깨에 얹히는 것을 느끼며 그는 오카다에게 불려 나가기 전에 깎고 있던 총 개머리판을 집어들었다.
퉁퉁 부어오른 얼굴과 옷자락에 묻어서 이미 검게 색깔이 변해있는 핏자국을 보면서 옆 작업대의 기호가 일손을 놓고 다가왔다.그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별거 아니다.』 『별거 아니라니.얼굴이 말이 아닌데….』 지상이 팔을 내저었다.
『괜찮아.그냥 네 일이나 해.』 그때 불쑥 걸찍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괜찮다니? 이게 어째 괜찮은 일이냐? 너 치도곤 맞은 거 아냐.』 뒤쪽에서 일을 하는 정씨였다.그가 앞으로 나서며 지상의 어깨를 잡았다.
『얼굴 하며…입술도 왕창 깨지고, 이건 뭐냐? 이거 전부 피아니냐.』 『지금 작업시간인데,그냥 모르는 척 하세요.』 지상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여공들을 정씨의 어깨넘어로 바라보면서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말썽 나는 거 싫으니까,그냥 조용히 하세요.가서 일이나 하시라니까요.』 『조용히 할 일이 따로 있지.』 정씨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너는 밸도 없나? 사람을 데리고 나가더니 이 지경을 만들어서 들여보내? 이게 말이나 되는 수작이야.우리가 매 맞으러 여기까지 왔냐? 말로 해도 될거 아닌가,말.입이란 게 뭐 가죽이모자라서 뚫어놓은 건가.자기들이 사람 데려다가 부려먹으면,잘 해줘도 뭐한 마당에 사람을 이 지경이 되게 팬단 말이야.이래 가지고 사람 살겠나!』 그 순간 공원들의 시선이 바람에 쓸려가듯 입구로 향했다.밖의 햇빛을 등진 오카다의 모습이 까맣게 문가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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