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강 주석 어떤 얘기 오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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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껄끄러운 미국­중국관계 중재할 용의/김 대통령/한국방문한 우리 동료 개혁에 큰 감명/강 주석
◇국내 개혁문제
▲강택민 중국 주석=우리 양국이 수교한지 얼마되지 않지만 참 많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사람들이 한국의 경제발전에 큰 감명을 받고 있습니다.
▲김영삼대통령=한국 경제가 다소 소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역수지가 금년에 흑자로 전환될 전망입니다. 주석께서 사회주의체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시키면서 큰 경제발전을 이룬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합니다.
과거 한중간에 불행하고 소원한 때도 있었지만 역사·문화적으로 가장 오래된 가까운 나라입니다. 앞으로 우호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를 기대합니다.
▲강 주석=수교전에는 서로 잘 모르고 소원했지만 이제 정치·경제·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관계가 크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통신수단이 발전해 세계가 서로 잘 아는 것 같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듯 한국을 방문하고 온 우리 동료들은 한국의 깨끗한 정치,특히 반부패 등 개혁에 큰 감명을 받고 있습니다.
▲김 대통령=32년간 군사정치 아래서 부정부패가 심화됐습니다. 나는 재임기간중 누구한데로부터도 단 한푼의 돈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해 이를 실천해왔고 청와대 식단도 간소화했습니다.
고급 공무원들의 재산을 공개하도록 했고 금융실명제를 실시해 부정부패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부정부패가 없어야 경제발전도 이룩됩니다.
▲강 주석=맞는 말씀입니다. 간부 공무원들에게 깨끗한 공직자가 되도록 지도하고 있는데 엄격한 처벌을 하는 법제도가 필요합니다.
◇경제협력문제
▲김 대통령=앞으로 가까운 이웃과 경제협력을 확대했으면 합니다. 자본·기술·노동분야에서 양국은 협조할 수 있는 분야가 많습니다. 우리는 자동차·전자교환기·항공기의 공동개발 등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강 주석=나는 많은 분야에서 한중간의 경제협력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한국과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워 수송이 편리하고 문화적으로도 비슷하기 때문에 많은 분야에서 경제협력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지금 제기한 이 문제들은 실무선에서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북한 핵문제
▲김 대통령=북한의 핵개발은 세계적인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위협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결코 유리하지 않습니다. 일본이 이를 계기로 핵무장을 할 우려가 있습니다.
중국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해 북한이 핵문제 해결에 나오도록 설득해주기 바랍니다. 북한의 핵이 해결되면 북한에 부족한 식량을 지원하는 등 경제협력을 할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독일처럼 북한을 흡수통일할 생각이 없습니다. 공존하면서 평화롭게 평화통일을 이루길 원합니다.
▲강 주석=우리도 한반도 정세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한반도가 안정의 방향으로 해결되기를 희망합니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 핵문제에 관해 평화해결 노력을 해왔지만 앞으로도 적극 노력할 것입니다.
현재 미­북한간 남북한간에,그리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담이 진행중인데 나는 이러한 여러 채널의 대화를 통해 해결되기를 기대합니다.
▲김 대통령=북한이 미국과 얘기하면 다 해결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철저한 공조체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미국 단독으로 한국의사에 반하는 어떤 결정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같은 사실을 북한이 알도록 잘 설명해주기 바랍니다.
◇미­중관계
▲김 대통령=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최근 원만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는 APEC 지도자회의가 끝나면 워싱턴을 공식방문해 클린턴 대통령과 만날때 미­중 관계개선이 양국의 공동이익뿐만 아니라 세계평화와 번영에 유익하다는 점을 강조하겠습니다.
▲강 주석=솔직히 지난 4년동안 미­중관계가 원만하지 못했습니다. 각하께서 워싱턴을 방문해 그런 주선을 해주신다는데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상호 방문초청
▲김 대통령=중국의 사회주의 경제를 시장경제로 전환함에 있어 주석의 영도력으로 큰 발전을 하고 있는데 대해 경의를 표합니다. 백민의 불여일견이라고 내년에 한국을 방문해주길 희망합니다. 어느분보다 환영받을 것입니다.
▲강 주석=대단히 감사합니다. 대통령께서 먼저 편리한 때에 중국을 방문해주기 바랍니다. 중국 속담에 한번 만날 때에는 생경하지만 두번째 만나면 옛 친구라는 말이 있습니다.
▲김 대통령=처음 만났는데도 여러번 만난 사람 같습니다.<시애틀=김현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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