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음향학회서 에밀레대상 받는 소리박사 김벌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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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우리 역사속에 맥맥히 흐르는 얼과 혼을 소리에 싣고 싶습니다.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소리 속에는 언제나 조상들의 체취가 스며 있어요.진정 잃어버린 소리들을 찾아 후손들에게 생생하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국내 음향학자들의 학술모임인 한국음향학회(회장 玉正權)가 최근 제1회 에밀레대상 수상자로 선정,20일 서울 숭실대 대강당에서 영예의 에밀레황금종을 수상하는「효과음의 귀재」金벌래씨(52.본명 金平鎬).
경기도 광주출신으로 60년 극단「행동무대」를 창단하는등 연극에 매료돼 한때 무대에도 섰던 그는 작은 체구(1m58㎝.47㎏)때문에 「벌래」라는 별명을 얻었다.또 작은 키 때문에 무대전면보다는 뒤에서 돕는 음향전문가로 탈바꿈하게 됐 다고 했다.
61년 동아방송 개국과 함께 음향효과맨으로 출발한 그는 그후「콜라병 따는 소리」「치아에서 나오는 뽀드득 소리」등 천부적인착안으로 일약「효과음의 대부」「소리박사」「소리의 마술사」가 됐다. 『미친듯이 소리를 찾아 헤매고 또 헤맸죠.신시사이저나 컴퓨터 음향기가 있는 시절도 아니었어요.소품들을 때리고 부수면서상상의 폭을 넓혔지요.낚싯대를 이용해 고안한 칼싸움 소리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체구는 작지만자신은 선천적으로 일을 않고는 못배기는 특이체질이라고 너털웃음을 짓는 그는 75년 동아방송 광고사태를 계기로 독립,서울 삼성동 자신의 집에 음향스튜디오「38오디오」를 열고 각종 광고 음향제작에 손을 대면서 스타덤에 올랐다고 했다.「주스의 오렌지알 터지는 소리」「TV리모컨 작동소리」등 80년대 중반까지 광고음향의 90%가 그의 천부적인 착상에서 탄생됐을 정도다.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으면서 무엇인가 공허해지더군요.80년대중반부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대회 음향을 맡으면서 민족의 혼이 담긴 소리를 찾기로 결심했죠.「에밀레종소리」「물방울소리」「까치소리」「방아소리」등등 모두가 뭉클한 것들이었어요 .영상이 담긴레이저디스크로 작품을 꾸몄습니다.』 8년에 걸친 각고끝에 지난8월초「대한국인,한국소리 1백년」을 완성해 대전엑스포 개막식에첫선을 보였다는 그는「94한국방문의 해」를 눈앞에 두고 상복까지 터졌다고 기뻐했다.
제2의 스필버그감독 탄생을 위해 자신의 소리를 두 아들 泰槿(23).泰完(22)형제에게 전수하고 있다.
〈裵有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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