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FTA출범>2.자유무역.블록화 야누스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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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美하원의 비준으로 내년 1월1일부터 발효가 확실시되는 北美자유무역협정(NAFTA)은 세계 자유무역의 가능성이라는 희망과 지역경제의 블록화라는 우려를 함께 던져줬다.
앞으로 10년안에 미국.캐나다와 멕시코를 오가는 상품중 99%는 관세가 철폐된다.
또 자유무역은 금융서비스.원거리통신.투자와 특허보호 등 광범위한 분야까지 포괄하고 있다.
이렇게 포괄적이고 예외가 적은 협정은 세계의 자유무역기구로 불리는 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조차 아직 제안단계에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NAFTA는 세계가 지향하는 자유무역의 전형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또한 이 협정이 내포하고 있는 지역성에서는 다른 나라들의 우려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대표적인 것이 섬유.의류산업으로 NAFTA지역안에서 생산된 원단으로 제조된 경우에만 관세가 면제된다.
다른 하나는 자동차로 무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부품의 62.5%이상이 NAFTA域內에서 만들어진 것이어야 하는데 이는미국.캐나다 간에 존재했던 자유무역협정의 50%보다 강화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NAFTA회원국이 되기를 원하는 나라는 먼저 자국 시장을 완전개방해야 하는데 GATT가 요구하는 수준보다 높게 규정돼 있다.
이런 면에서 NAFTA는 지역경제블록의 성격을 강하고 내포하고 있으며 미국을 주요 수출시장으로 삼고 있는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같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미국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것이 미국내 경제학자들의 시각이다.
멕시코의 경제규모가 미국전체의 4%에 지나지 않아 캘리포니아州 하나를 더하거나 빼는 정도의 영향력 밖에는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NAFTA반대진영의 리더인 로스 페로는 이 협정이 체결되면 수백만명의 실업자가 미국에 새로 생겨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었다. 페로는 한발 더 나아가 멕시코는 현재 국내순생산(GDP)의 3분의 1에 달하는 1천억달러의 對美무역흑자를 볼 것이라고주장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권위있는 경제연구소는 17만~50만명 정도의실업이 추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그리고 이같은 수치는 미국의 실업이 계절에 따라 평균 20만명정도 증감되는 것을 고려하면 페로의 주장은 별로 근거가 없음이 명백하다.
또 싼 임금을 찾아 미국의 기업들이 대거 멕시코로 빠져 나갈것이라는 우려도 별로 논리적이지 못하다.
물론 멕시코의 평균임금이 미국에 비해 5~10배정도 싸다.
그러나 멕시코 노동자의 생산성이 미국의 8분의 1수준인 것을감안하면 기업의 입장에서 큰 매력이 못된다.
더구나 지금까지 미국기업이 멕시코의 자유무역지구인 마킬라도라에 진출할 경우 무관세로 완성품을 미국내에 들여올 수 있는데도실제 마킬라도라가 미국에서 빼앗아간 일자리는 9만6천개에 불과했다. 미국과는 대조적으로 멕시코는 NAFTA를 계기로 10년안에 캐나다 정도의 경제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잡는 등 기대가 대단하다.
물론 미국의 발달된 경영과 기술이 국경없이 멕시코로 넘어들어오면 어느 정도 피해를 본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자유무역이 멕시코 경제를 살찌울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멕시코는 특히 해외로 도피한 2백억달러(4백억달러까지 추정)의 자금이 NAFTA를 계기로 국내에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의 자금은 올해에만 2백억달러의 경상적자가 예상되는 멕시코 경제에 단비가 될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멕시코도 장미빛 미래를 위해서 선진국과의 경제적 불평등을 극복해야하는 과제가 앞에 놓여 있다.
NAFTA는 조건이 서로 다른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무조건적으로 시장을 개방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멕시코가 어떻게 선진국 시장에 적응해 나가느냐가 앞으로 가장 큰 관심사가 될 것이다.
이같은 측면에서 NAFTA는 태동의 조짐이 보이고 있는 환태평양 지역의 자유무역지구에 속하게 될 개발도상국들에게 많은 교훈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金祥道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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