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강잡기 조회한다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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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관 장관의 사표 수리에 외교통상부는 충격에 휩싸였다. 외교부 관리들은 "이 정도까지 갈 줄은 몰랐다"며 당황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외교부 최대 위기"라는 우려도 나온다.

장관 사임으로 후속 경질 인사가 불가피하고, 이 와중에 각종 외교 현안 업무가 당분간 마비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尹장관은 이날 오전 9시쯤 평상과 다름없이 출근했다. 그러나 9시15분쯤 그가 외부에 나가 있던 외교부 고위 간부를 호출하면서 징후가 감지됐다. 이 간부는 "(사의를 표명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놀랐다"고 말했다. 이후 장관은 차관을 비롯한 주요 간부들에게 사표 제출을 알렸다.

尹장관은 14일 대통령 회견 직후만 해도 "(사의 표명은) 닥친 현안부터 매끄럽게 처리한 뒤 생각할 문제"라고 말했다. 외교부 직원들도 尹장관의 사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이날 청와대의 사표 수리 발표 직전까지 직원들은 尹장관이 어수선한 외교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16일 직원 조회를 연다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표 수리로 이런 일정은 모두 취소됐다. 이날 오후로 잡혀 있던 주한 미얀마 대사의 신임장 제정은 연기됐다. 18~24일 尹장관의 영국과 스위스 다보스 포럼 방문 등 외교 일정이 줄줄이 취소됐다.

외교부 관리들은 후속 인사 조치의 폭이 확대되지나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이 경우 대통령 폄하 발언 사건이 불거진 북미국부터 물갈이될 수 있다. 북미국은 북핵 2차 6자회담과 용산기지 이전을 다루는 주무 부서다.

채병건.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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