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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생의 마지막 나날(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영어로 「하이틴」이라 불리는 10대 후반의 시기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매우 중요한 시기다. 장래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게 될는지 대충 이 무렵에 그 윤곽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독일의 정신과의사인 크레치머 박사는 이 시기를 가리켜 「청춘기 위기」라 표현한 일이 있다. 자립이냐 의존이냐의 갈등 사이에서 고민이 생기고,자신이 사회속에서 어떤 역할을 차지하게 될 것인지 명확하지 않은데서 고뇌에 빠지기 쉽게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 10대 후반의 세대가 겪는 고뇌와 갈등이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나도록 되어있다. 무엇보다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입시위주의 교육제도다. 그 중요한 시기의 몇년동안을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상급학교 진학만을 위한 공부에만 매달리도록 강요받는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인들은 교육의 기능을 세가지로 꼽았다. 그 하나는 신체적 아름다움과 그 기능의 발전,또하나는 도덕적인 성품의 형성,그리고 마지막 하는 지적 이해력의 개발이라는 것이다. 신체교육·교양교육·일반교육이 삼위일체를 이룸으로써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하이틴들은 설혹 대학진학을 일찌감치 포기한 경우에도 교양교육을 접하지 못한채 학교생활을 마감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대학입학을 위한 수학능력시험이 예년에 비해 한달가량 빨리 끝난 금년의 경우에는 시험지옥에서 좀더 일찍 해방시켰다는 장점은 있으나 해당 고3생들로 하여금 학생도 아니요,학생이 아닌 것도 아닌 묘한 입장에 빠지도록 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본고사를 치르지 않는 대학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이미 입시를 위한 공부가 필요하지 않게 되었으며 대학진학을 포기한 학생들 역시 그같은 분위기에서 더이상의 학교공부는 의미없다는 생각을 가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학교당국은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12월20일께까지 각종 프로그램을 만들어 고3생들을 효율적으로 지도하려 부심하고 있으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인간의 정신을 활용할줄 알고,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자유인을 개발하는데 목적을 둔 교양교육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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