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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새명물 유러디즈니 18개월만에 문닫을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프랑스의 새로운 명물로 등장했던 유러디즈니랜드가 개장 18개월만에 심각한 경영난에 몰려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유러디즈니社는 개장이래 올 9월말까지 무려 53억프랑(한화 7천2백억여원)의 적자가 발생했다고 10일 공식 발표했다.프랑스에서 사기업의 이같은 한해 적자 규모는 제철업 부분을 제외하면 사상 최악인 것으로 충격을 주고있다.
전체 주식의 49% 지분을 갖고있는 美國 월트디즈니社도 내년초까지는 잠정적인 재정지원을 약속하고 있으나 다가오는 겨울철 비수기를 고려할 때 유러디즈니의 재무구조가 호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유러디즈니는 현재 2백5억프랑에 달하는 누적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프랑스 파리 동쪽 32㎞ 지점에 1천9백여㏊의 대지 위에 총2백50억프랑을 들여 건설,지난해 4월 개장한 유러디즈니는 39개의 놀이단지와 주제별 거리.공원.골프장등 위락시설과 5천7백개의 객실을 갖춘 6개 호텔등 숙박시설을 자랑 하며 프랑스의새로운 관광명소로 등장했었다.
유러디즈니는 그러나 유럽 전체를 휩쓸고있는 경기침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 실패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지난18개월동안 1천8백여만명이 이곳을 방문했으나 회사측의 기대에는 훨씬 못미치는 숫자인데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유럽인들의 씀씀이도 알뜰해져 식당과 호텔은 텅 빈채로 남아돌아갔다.
게다가 유럽인의 습관을 잘못 이해한 운영방침도 적자를 늘리는데 한몫 거들었다.
수시로 맥주와 포도주를 즐기는 유럽인들에게 알콜의 반입을 금지해 등을 돌리게 했으며 미국식 말초적 놀이문화라는 지식층을 중심으로한 거센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디즈니사측은 뒤늦게 비수기를 맞아 할인가격제를 도입했으며,입장료를 낮추고 고급식당을 값싼 패스트푸드점으로 전환하고 호텔요금도 낮췄다.또 경상경비를 줄이기위해 1만2천명의 직원중 관리부분을 중심으로 9백50명을 해고할 예정이다.
이러한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러디즈니의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적자 보전을 위해 호텔등을 매각하려던 계획도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적당한 매수자를 찾지못하고 있다.
뚜렷한 묘안이 생기지 않는 한 화려한 팡파르 속에 태어난 유러디즈니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속에 운신마저 곤란한 만신창이 공룡으로 변해갈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파리=高大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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