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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행정쇄신-행정도 서비스.세일즈기법등 기업경영방식 도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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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에「기업정신」도입의 움직임이 태동되고 있다.관료주의에 젖어 무사안일과 비능률, 낭비에 빠진 공무원사회에 새바람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행정부를 움직이게 만들고 있다.정부의 선생님은 민간기업이다.민간기업들이 경쟁에서 살아남 기 위해 발버둥치며 습득한 경험과 억척같은 정신을 정부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각성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기업의 앞선 생산성.능률성을공직사회에 도입해 혁신을 이룩하자는 취지다.
崔昌潤총무처장관은 13일 아침 각부처 총무과장들과 조찬간담회를 가졌다.그는「과장중심의 실무계층 의식개혁운동」을 주문했다.
정부는 행정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장 큰 기업이라는 점과따라서 모든 공직자들은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은▲서비스 정신 제고▲기업가적 사고로의 과감한 발상전환▲국제의식 함양▲미래지향의 창조자세 확립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요즘 일부 기업에서 불기 시작한 개혁운동의 복사판이다.
공무원은 더이상 통치자(Ruler)가 아니라 경영인(Manager)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행정을 판매(Sale)하는 세일즈맨이자 서비스맨으로의 역할을 할때가 됐다는 것이다.
우선 교육부터 달라지고 있다.종래의 강의위주의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해 소집단별 간담회,토론회,현장방문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된다.또 MT(일체감훈련),브레인 스토밍(난상토론),워크숍,팀웍훈련등 민간기업이 오래전부터 도입한 참여식 교육기법을 뒤늦게나마 받아들이고 있다.
삼청동소재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는 12일 이색 모임이 있었다.
대기업 연수원장과 공무원교육원장등이 참가한「民官교육발전협의회」가 그것이다.이 자리는 일반 대기업 연수원장들이 기업의 연수업무를 맡으면서 느낀 교육.경영기법등 경험담을 공무 원들에게 들려주는 기회이기도 했다.
지난 10일에는 감사원이 이례적으로 한 대기업 신경영운동 팀장을 초빙해 전직원을 상대로한 의식개혁강연을 들었다.
정부는 10월들어「공무원임용령」을 개정했다.공무원들을 순수민간기업에 파견해 기업의 선진 경영시스팀과 분위기를 체득할수 있는 기회를 갖자는 취지다.
내년부터 서기관.사무관등 중간관리자 계층이 삼성.현대등 주요기업에 1년간 파견돼 연수를 받는다.
이들로 하여금 기업의▲사무혁신▲원가절감▲정보관리기법(MIS)▲경쟁원리를 배우도록 하자는게 정부의 의도다.
국제화.정보화 사회에 앞서가야 할 정부가 효율성에서 가장 뒤떨어졌다는 각성이 작용했다.
60년대 정부의 선생님은 軍이었다.5.16군사혁명 전까지만해도 정부내에는 공식문서규정이 없었다.편지지같은 줄친 종이에 붓글씨.볼펜등으로 내용을 쓰고 적당한 곳에 장관등의 직인을 찍는형식이었다.
혁명주체들은 美軍에게서 배운 근대행정을 행정부에 이식했다.
5.16후 정부공문서 규정이 제정되면서 현재와 같은 규격화된공문서가 등장했다.軍의 공문서제도를 들여온 것이다.또 70년초도입된 기획관리실이나 담당관제도도 軍의 참모제를 본뜬 것이고 각부처가 요즘도 분기별로 실시하고 있는 심사분석제도등도 軍에서온 것이다.브리핑이나 차트등은 차라리 흔한 예에 속한다.
정부가 돈이 없어 공무원들은 유학등을 통해 선진문물을 습득할기회가 적었던 반면 젊은 장교들은 美軍 덕에 다수가 미국에 유학,앞선 기법을 들여올수 있었다.
70년대 중반에 들어와서야 유학을 떠나는 공무원들이 늘어나 행정부도 달라지는 듯 했으나 이번에는 기업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80년대 들어서면서 우리의 민간기업들이 적으나마 국제규모로성장함에 따라 국제적인 눈이 떠지고 민간부문의 신경영 기술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최근 더욱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민간기업이 스스로 변신을 벌이면서 정부와 기업의 차이는 더욱 벌어지고 있었다.정부 관계자들 스스로도 전체적으로는 거의 전부문에 걸쳐 정부가 기업부문보다 10년은 뒤져있다는 솔직한 고 백을 하고 있다. 뒤늦게나마 변신을 시도하는 공무원사회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지 궁금하다 〈申東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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