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성 대폭 강화/검찰의 「신경영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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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검사동일체·상명하복 원칙에 융통성/고검 활성화로 중간관리자 역할부여/“국민신뢰 되찾자” 「새상품」 개발 서둘러
검찰이 「신경영」을 강조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검찰의 「신경영」은 김도언 검찰총장이 취임직후 국민의 신뢰를 잃은 현재의 검찰을 적자기업에 비유,일선 검사장들에게 『적자기업을 떠맡은 사장직에 취임했다는 각오아래 자율적 경영능력을 최대한 발휘,흑자기업으로 변모를 꾀하라』는 지휘방침을 시달한데서 비롯된 것.
김 총장의 지시는 검찰청 법에 규정된 「검사동일체원칙」이나 「상명하복 원칙」이 잘못 인식되면서 일선 검찰에 만연되어버린 타성을 척결하고 지검별로 자율운영을 통해 국민신뢰라는 「이윤」을 남기라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검찰의 「신경영」 기법은 전국 12개 지점을 관할하는 5개 고검에 강력한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함으로써 그동안 유명무실하던 고검을 활성화시켜 중간관리층으로 활용한다는 것.
마치 대그룹이 전자·전기·기계 등 계열별로 부회장제를 도입,그룹 회장의 권한과 책임을 분산시키고 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고 대검의 21세기 기획단은 그룹의 기획조정실에 해당하는 셈이다.
최근 지검·지청이 경쟁적으로 도입,실시하고 있는 ▲영장 실질심사제 ▲간이사건 전담검사제 ▲임의동행 금지 ▲집행유예·보석사범의 즉시 석방 등 인권보호·국민편의를 위한 제도들도 「기획조정실」의 작품이다.
또 검찰청별로 모사전송을 통한 민원접수나 검찰청사 개방운용 등 딱딱하고 고압적인 기존의 검찰 이미지를 새롭게 정립하기 위한 「상품개발」에 온갖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물론 검찰 수뇌부는 이같은 「신경영」이 편법 운영되던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작은 곳에서부터 「소비자」의 불만을 해소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검의 한 고위간부는 『총장의 검찰청별 자율운영지침은 일선 검사장에 대한 최대한의 신뢰표시인 동시에 엄격한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또 『검찰 신경영의 성패는 인권신장이 척도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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