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샘솟는 그곳 공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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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집은 화려하게 꾸민 집도 멋진 가구와 신형 전자 제품이 그득한 집도 아니다. 가족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집, 회사와 학교를 마치고 어서 돌아가 머물고 싶은 곳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이다.”
-<이야기가 있는 인테리어 집> 중에서

"행복한 우리 집 꾸미기 비결이요?
가족의 마음 담는 거죠"

집은 가족을 위한 공간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가 몸을 뉘는 휴식처이고 식구들과 만나 웃음꽃을 피우는 행복 충전소다. 얼마 전, 패션부터 인테리어·플라워 데코레이션까지 섭렵한 라이프 스타일리스트 권은순(46)씨가 집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기존의 인테리어 무크지(mook, 잡지의 형식과 서적의 내용을 절충한 형태의 부정기 간행물)와 달리 에세이 형식을 빌려 자신의 경험담을 제시하며 친근한 어조로 다가섰다. 물론 인테리어의 기초 지식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집 꾸미는데 도와달라는 부탁을 주변에서 많이 받았어요. 근데 가보면 다들 어떤 가구를 들이고, 어떤 벽지를 발라야 하는지를 제일 먼저 묻더라고요. 사실 중요한 건 그게 아닌데 말이죠.” 권씨가 집필을 결심한 이유다.

“가족들의 행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지 겉모습 치장은 그 다음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어요.” 실제 권씨는 이 책에 집의 겉모습(House)이 아닌 가족을 포함한 집(Home)의 이야기를 주로 담았다.
 
“‘행복한 우리 집’ 만들기에 결코 대단한 비법이 숨어있는 게 아니에요. 남편이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준비하면 그만이죠.” 권씨가 집(Home)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결혼 후 분가하면서부터. 8년 간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다 분가한 그는 사진촬영·음악감상이 취미인 남편을 위해 암실과 서재를 비롯, 오디오룸을 꾸미기로 했다.

또 아이가 취미 활동을 할 수있는 공간도 마련하겠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방 세 개짜리 아파트는 권씨의 바람을 실현시키기엔 너무 좁았다. 이때 그녀의 상상력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궁리 끝에 안방을 남편의 서재 겸 오디오 방으로 바꿨다. 맘놓고 볼륨을 키울 수 있도록 방음벽도 설치했다.

또 안방 창문 쪽 베란다 일부를 암실로 개조했다. “안방이 꼭 부부 침실일 필요가 없더라고요. 오히려 작은 방에 침대를 놓으니까 아늑하고 친밀감도 더 생기던걸요.”

그는 집을 꾸미기 전 남편과 많은 대화를 하고 의견을 반영했다. 책상·책꽂이의 크기나 디자인을 정할 때 남편은 평소와 달리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조명이나 안락의자도 본인 마음에 드는 것으로 선택할 정도였다.

아들의 공간도 직접 취향을 물어 꾸몄다. “터놓고 얘기하다보니 정도 돈독해 지고, 남편도 집에 남다른 애착을 갖게 된 것같아요.” 온 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행복 공간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끈끈한 가족애도 생겨나더라는 것이다.

가족관에 대해 물었다. 예사롭지 않은 답변이 돌아왔다.
“남편에게 술 마시지 말고 일찍 들어오라는 말 대신 집안에 미니 홈바(Home Bar)를 만들고, 담배 피우지 말라는 잔소리 대신 흡연 구역을 조성해 주면 더욱 효과적이에요.”

자녀 교육 역시 독특함이 엿보였다. 매일 공부하라고 압박하기보다 아이를 잠시 내버려두라고 조언했다. “우리 아들의 경우, 게임이든 기타든 하고 싶은 대로 실컷 하고 나면 스스로 책상 앞에 앉더라고요.”

이달 초, 그녀는 남편 휴가에 맞춰 열흘간 프랑스에 다녀왔다. 프로방스 지역의 인테리어 스타일을 익혀 부부 작업실을 가꾸는데 참고하기 위해서다. “나중에 남편이 은퇴하면 일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만들려고요. 사진과 음악·인테리어가 공존하는 공간을 계획중이에요.”

그녀는 “인테리어는 돈과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과 생각의 문제”라며 환하게 웃었다.

프리미엄 김혜영 기자 hyeyeong@joongang.co.kr
사진=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장소 협조=JU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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