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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세계의 명종 뒤로 한채…/성철 큰스님 가시던 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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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육신의 옷벗고 “극락왕생”/새벽 10만 추모인파 운집/장의행렬 1㎞… 밤새워 다비불 타올라
지난 4일 입적한 한국불교계의 큰별 조계종 종정 성철스님의 영결식이 10일 오전 11시 승려 3천여명과 추모객 10만여명이 해인사 경내외에 운집,명복을 비는 가운데 전통불교의식으로 봉행됐다.
스산하게 뿌리는 가을비로 더욱 숙연함을 자아내는 가운데 스님의 법체는 이날 오후 2시 연화대로 이운,화장돼 스님은 고집멸도 한가닥 남은 육신의 옷을 마저 벗었다.
유골은 거화 17시간만인 11일 오전 7시쯤 수습돼 성철스님은 이제 법문집과 사리로 중생교화를 계속하게 됐다. 영결식에 앞선 오전 8시 종정의 법체는 빈소인 퇴설당에서 문앞까지 해인사 주지 법전·원택·봉명스님 등 20명의 문도들에 의해 이운됐다.
이어 영결식장인 대웅전 앞마당까지 6백m를 도열한 대중스님들의 『무상게』 독송속에 법체는 전국수좌 대표 20명이 영구차로 모셨다. 1t트럭을 사용한 영구차에는 국화꽃 1만5천송이가 사찰모양으로 장식됐다.
스님들의 독경과 밤새워 참배하던 신도들의 흐느낌,그리고 조계종 산하 1만2천여 본·말사에서 일제히 울린 다섯번의 명종으로 시작된 이날 영결식에는 김종필 민자당 대표,이기택 민주당 대표,박찬종 신정당 대표,허경만 국회부의장,이민섭 문화체육부장관,권익현 국회 정각회 회장 등과 주한 인도·미얀마·스리랑카 대사 등도 참석,스님의 큰뜻을 추모했다.
서의현 총무원장은 영결사에서 『구름이 흩어지니 외로운 달 더욱 밝고 흙먼지 털어내니 황금이 드러났다』며 열반한 종정이 극락에서 이 사바세계를 더욱 밝게 비춰주기를 기원했다.
성철스님의 장의식은 이어 김 민자 대표 등 6명의 조사와 조가합창·헌화 및 분향·사홍서원 등으로 영결식을 마치고 오후 1시부터 다비장까지 장엄한 장의행에 들어갔다.
명부길을 틔우는 인로왕번을 선두로 명정·오방번·불교기·무상계의 뒤를 이어 1천여개의 만장이 줄을 잇고 향로·영정·위패·법주·독경단의 호위속에 장행된 1㎞ 길이의 장의행은 한국 현대 불교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장례행으로 기록됐다.
행렬은 해인사에서 3㎞ 떨어진 연화대에 도착한 다음 바로 다비식에 들어가 스님의 혼을 일륜 수레바퀴에 실어보냈다.
다비식은 둘러선 스님들의 독경속에 의현·법전·일타스님 등 상주문도들이 36개의 솜방망이에 거화 및 하화를 함으로써 시작됐다. 8필의 훈관목과 연꽃조화로 만들어진 다비대에 들어간 법체는 하늘나라로 보내는 봉송의식,새 육신의 옷을 갈아입으시라는 창의의식이 진행되면서 계속 화장돼 다음날인 오전중 스님의 생전 선업의 옥과인 사리를 수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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