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부실.무책임이 빚은 질식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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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강의를 받던중 옆에 앉아있던 여학생이 쓰러진뒤 갑자기 정신이 희미해지며 의식을 잃었어요.』 8일 오후 경기도성남시 성남병원 중환자실.
暻園大 국문과 1학년 여대생 9명이 산소호흡기를 착용한채 나란히 누워있었다.
이들은 이날 오전10시쯤 학교 5층 강의실에서 같은과 학생 40여명과 함께 수업을 받던중 갑자기 가스에 중독돼 쓰러졌던 것. 다행히 가스에 중독된 34명중 25명은 별다른 이상이 없어 귀가했으나 중독증세가 심한 9명은 하룻밤을 병원에서 지내야했다. 경찰조사결과 이날 소동은 강의실옆을 지나는 굴뚝의 가스가 갈라진 벽틈으로 새어들어와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병원측은 잠정적으로 일산화탄소에 의한 중독으로 보고 있으나 학교측은 1층 실험실의 유독가스가 굴뚝을 타고 강의실로 들어간것 같다고 보고 있다.
놀랍게도 가스가 새어나온 건물은 지은지 4년밖에 안된 신축건물인데도 곳곳에 금이 가있어 한눈에 부실공사임을 짐작케 했다.
현장감식 경찰은『굴뚝과 맞닿은 벽 모서리의 갈라진 틈이 눈에띌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문병온 같은 학과 2학년 南모군(20)은『사건이 난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을 때마다 학생들이 머리가 아프다고 여러번 호소했으나 학교측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학교측의 무성의를 성토했다.
총학생회측도 그간 불량한 학교시설을 개선해주도록 끊임없이 요구해왔으나 대답없는 메아리에 지나지 않았다고 했다.
어쨌거나 이번 사건은 갈라진 벽을 방치해둔 학교측의 무성의한관리소홀에서 비롯된 소동이었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이처럼「원시적인」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에서 낙제점을 맴도는 우리사회의 안전관리수준을 보는 것같아 씁쓸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南禎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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