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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중문화 추가 개방 보름] 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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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가 지난 연말 발표한 '일본 대중문화 추가 개방'조치로 모든 일본 대중가요가 아무런 제한없이 한국에 들어올 수 있게 됐다. 한국 가요계에 어떤 여파가 미칠까. 비관론과 낙관론이 교차하는 가운데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 뮤지션의 입을 통해 전망을 들어봤다.

하세가와 요헤이(長谷川陽平.33). 한국과 한국 가요가 좋아 7년 전 바다를 건너왔다. 일본에선 '곱창 전골'이란 밴드에서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 지금은 3인조 모던 록 밴드 '뜨거운 감자'에서 리드 기타를 맡고 있다. 신중현씨로 대표되는 1960~70년대 한국의 사이키델릭 록에 매료돼 한국 음악을 듣기 시작한 그는 1만여장의 한국 가요 음반을 소장하고 있을 만큼 애정이 각별하다.

하세가와는 일본 대중음악 개방이 미칠 파장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운을 뗐다."지금 한국의 음반 시장은 너무 위축돼 있다. 이런 상황에선 일본에서 빅히트한 앨범이 들어와도 맥을 못출 거다. 일본 음반 업계 역시 전반적으로 깊은 불황에 빠져 있어 공격적으로 마케팅하기 힘들다. 게다가 개방 일정이 늦춰지면서 일본 음악에 대한 수요나 호기심이 줄어들었고 최근 일본 총리의 독도 발언 등으로 한국인의 반일 정서가 깊어지는 점 등도 조금은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난 12일 일본의 아이돌 밴드인 윈즈(w-inds.)의 신보가 발매된 첫날, 한 음반 매장에 1백여명이 몰려와 북새통을 이룬 것에서 보듯 몇몇 스타에 대한 관심은 뜨거울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장르가 리듬 앤드 블루스(R&B)인 것처럼 일본에서도 흑인 음악 계열이 가장 각광받고 있다. 음반 판매 순위를 나타내는 일본 오리콘 차트에서도 상위권은 주로 R&B 계열이다. 특히 20대 여성 가수 우타다 히카루와 미샤는 한국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

오히려 그가 기대하는 것은 한국 가요가 좀더 다양해지고 수준도 높아지리라는 점이다. "좀 나아졌다고 하지만 한국 대중음악은 발라드와 댄스로 양분돼 있다. 편중이 심한 편이다. 반면 일본은 펑크.테크노.소프트 록 등도 주류 음악계에서 일정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장르의 음악들이 들어온다면 한국 대중음악 종사자들과 팬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음악적으로는 더 척박하다고 할 수 있는 한국을 택한 이유는 무얼까. "무엇보다 한국 사람들이 좋았다. 정이 많고 순수하다. 그런 정서가 음악에도 고스란히 스며 있다. 한국인은 한(恨)이 있는 민족이라고 한다. 내가 그 정서를 정확히 느끼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음악적으로 한국의 록음악은 일본에 비해 비트감이 좀더 강하고, 발라드의 경우에도 비애감이 깊이 배어 있다. 한국 가요는 전반적으로 열정적이다. 반면 일본 음악은 세련됐지만 기계적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

마지막 당부. "비슷할 것 같지만 한국과 일본은 분명히 다른 점이 많다.이걸 무시하고 일본에서 인기있는 음악이 한국에서도 사랑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는 일본에 진출하려는 한국 가수들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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