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과 함께한 公僕30년-청백봉사상 대상 이채형 축산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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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제17회「淸白奉仕賞」시상식에서 영예의 大賞을 받은 4명 모두가「公僕」의 본보기를 실천해온것처럼 전북정읍군청 산업과 李彩炯축산계장(58.지방6급)의 가축과 함께 살아온 외길 30년도 吏道의 참뜻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공무원으로서 해야할 일을 한 제 개인에게 주어진 상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공무원들도 누군가 알아주고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자극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정읍농고 축산과를 졸업하고 친척이 경영하는 식용유공장에서 일을 거들다 장사 체질이 못된다고 느껴 64년2월 부안군청 산업과에 임시직으로 특채돼 공무원의 길을 걷게된 李계장.그러나 그가 전북 제일의 축산군으로 일궈낸 정읍군의 축산실 적은 여느 대기업의 경영자에 못지않다.
89년9월 정읍군청 축산계장으로 부임한 李계장은 축산의 불모지인 정읍군덕천면달천리 1만8천여평의 부지에 40동의 축사를 세워 돼지 1만5천여마리를 키우는 양돈단지를 조성했고 덕천면가전리등 한우목장단지 10개소를 조성,50여농가에 2천여마리에 불과했던 한우를 12배가 넘는 2만5천2백여마리(5천2백80 농가)로 늘려 매년 50억원 안팎의 소득을 올리게 했다.또 축산농가에 가축인공수정을 지도,우량종자 개량을 선도했고 벼를 수확한뒤 논에「이탈리안 라이그라스」를 심도록 권장해 연간 10억여원의 사료비를 아낄수 있도록 했다.
『자랑할만한 기술을 개발한 것도 아닙니다.다만 농민속에 파묻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고 성과를 기뻐했을 따름이지요.』 李계장은「농민과 함께 뛰는 공무원」으로 공무원 對 농민으로서가 아니라 이웃으로서 선진축산기술을 지도하며 함께 소.돼지의 분뇨를치우고 우유를 짜는등 허드렛일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한달의 3분의1 가량은 밤늦게까지 축산농가마을을 직접 돌아다니며 주민들과 좌담회를 통해 정부시책을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구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아 이 지역에서『李계장의 말은 보증수표』라는 신뢰를 쌓게했다.
지난7월 폭우때의 일은 두고두고 이 지역 주민들사이에 회자되는 李계장의 동물애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정읍군을 한꺼번에 쓸어버릴 기세로 퍼붓는 폭우속에 李계장은 직원들을 총동원,닭구조에 나서 물에 떠내려가는 닭 1만여마리를건져냈다.그리고도 손이 모자라 건져내지 못한 닭 5만여마리를 다음날 흙에 묻어주는 李계장의 모습은 聖者의 그 것이었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林玉順여사(52)와 3남1녀를 둔 李계장은『96년6월 정년퇴직후에는 한 축산농으로 남아 한평생을 후회없는 축산가로서 살겠다』고 다짐한다.
[井邑=徐亨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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