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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도 불신하는 정부정책(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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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의 경제·통일·안보정책 등에 관해 민자당까지 공식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소홀히 넘길 일이 아니다. 민자당 정세분석위원회가 공식보고서를 통해 경제정책은 일관성이 없고,안보·통일정책 등은 정부 관계부처간에 의견이 엇갈려 혼선을 빚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점이 많다.(중앙일보 5일자,일부지방 6일자 2면)
이 보고서는 우선 정부의 주요 정책이 심지어 여당까지도 납득시키지 못하는 수준에서 결정·집행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정부정책이 정확한 현실파악의 바탕위에서 국익의 최대한 확보와 문제해결의 정확한 처방을 담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고,그러자면 광범한 중지의 규합과 국민적 합의를 추구해야 마땅하다. 그런 과정을 거쳐 결정된 정책은 정부내 각 부처는 물론 당정의 일치된 의지로 일관성있게 집행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민자당 보고서의 지적대로 최근 여러가지 정책은 처방의 정확성도 의심스럽고,며칠만에 번복되는가 하면 정부내 의견통일조차 안된 사례도 나오고 있다. 가령 공기업 경영쇄신정책은 시달된후 백지화한다고 했다가 다시 강력히 추진한다는 식으로 엎치락 뒤치락을 거듭했고,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정부내 의견통일이 안된 것 같다는 등 민자당의 지적은 다 맞는 일이다.
이처럼 같은 진영의 여당까지도 납득못하고 비판하는 정책으로 어떻게 국민을 납득시킬 것이며,또 그런 정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 것인가. 정부의 일하는 태세와 수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민자당의 이번 보고서는 당정관계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정책결정에 있어 당이 소외되고 행정부가 독주하고 있음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그동안 개혁과 사정의 추진과정에서 제기된 정치실종론과도 무관하지 않다. 정치의 여과없는 행정부의 일방적 독주가 그 자체로서 위험하고 비민주적임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우리는 이런 비판이 왜 나오는지 정부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그러잖아도 지금 국민들간에는 정부의 정책능력과 국정운용 방식에 대해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과거비리 척결과 개혁추진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나 국가경쟁력 강화 등의 노력에서 미덥지 못하다는 걱정이 많다. 잦은 정책혼선과 조령모개식 번복,낙하산 인사 등으로 국민불신이 일고 있음을 정부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현상이 정권담당 세력의 미열과 자질 및 전문성 부족 등에 큰 원인이 있다고 본다. 또 대통령과 장관,장관과 장관간의 일하는 시스팀이 잘 짜여 있지 않은데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빨리 부적격자들은 2선으로 돌리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 정부의 일하는 태세와 수준을 개선·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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