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자유화반걸음앞서간다>2.하나은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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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전환은행인 하나 은행은 단자사 시절 실세금리에 따라 움직이는자금시장에서 이미 노하우를 쌓았던 탓에 다른 은행들보다 일찍 금리자유화에 눈이 틔었다.
금리 수준으로 경쟁하지 않고 대신 자산운용과 심사기법으로 금리자유화 시대를 앞서 헤쳐가겠다는 기본 전략이 눈에 띈다.
이 은행은 지난 8월중순 金勝猷전무를 위원장으로 하고 기획.
자금.융자등 주요 부서장 9명이 금리자유화대책위원회를 구성,준비를 착착 진행했다.
金전무는『경쟁이 치열해지면 예대마진이 줄어들어 결국 누가 자산을 잘 굴리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며『고수익을 올리면서도안전성을 확보하도록 위험관리에 초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산을 어디에,어떻게 굴리느냐를 전문적으로 맡는 자산운용직원(포트폴리오 매니저)과 기업의 신용도를 파악하고「적절한 이자」를 결정하는 대출전담직원(론 오피서)을 키울 계획이다.창구직원 한명이 백억대의 돈을 기업의 신용 하 나만 보고 굴리던 단자때의 경험을 십분활용,이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타행보다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재무구조위주로 평점을 매기던 심사방법도 바꿔 재무구조 30%,담보력 40%,은행기여도 40%로 기준을 다양화했다.담보도 튼튼하고 거래도 꾸준히 했는데도 재무구조가 처져 불리했던 중소기업들도 평점이 오르게 됐다.
지역별「母店制」도 눈에 띈다.지금까지 각 지점이 따로따로 기업대출을 처리했으나 이제는 지역별로 5~6개 母店을 골라 그 지역의 대출업무를 일원화했다.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나머지 점포는 간단한 소액자 동대출만 취급하게 된다.
하나은행은 또 고객의 재무계획을 짜주는 서비스도 준비했다.예컨대 기업들이 내년도 업무계획을 짜는 다음달초 여신기업 초청세미나를 열어 자금계획에 같이 끼어들 작정이다.미리 자금수요를 파악해 타이밍을 맞춰 돈을 빌려주기 위해서다.
대출우대금리는 年9.25%로「최저 수준」은 아니다.그러나 표면금리 1%를 더 받고 덜 받는 것은 금리자유화시대에「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 하나은행의 기본 자세다.
금리자유화의 진정한 의미는「허세」나「명분」이 아닌「시장 금리」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南潤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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