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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대학신설 과연 필요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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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5면

금년에도 교육부에는 4년제 대학 설립인가 신청서가 9통이나 들어왔다.우리나라에는 현재 1백51개의 4년제 대학이 있으며 그중 1백6개가 사립대학이다.韓國의 대학생수는 인구비례로 세계에서 美國.濠洲.프랑스 다음으로 많다.英國처럼 인 구가 5천8백만명인 나라에도 대학은 82개 뿐이다.
사립대학에 주는 정부 지원금은 연간 대학당 평균 5억원 정도에 불과하다.미국의 사립대학 등록금은 年2만달러 선이지만 우리는 그것의 5분의1도 안된다.정부가 정원을 철저히 통제하기 때문에 학생을 많이 뽑아 등록금 수입을 올릴 수 있 는 방법도 없다.우리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제대로 된 대학을 설립하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한지를 모르고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私立대학의 신설이 不可한 이유는 다음과같다. 첫째,96년부터는 고등학교 졸업생의 수가 37만4천명인데 비해 대학과 전문대 입학정원은 45만8천명으로 머지않아 不實대학들은 학생을 찾아다녀야 하며 몇개 대학은 문을 닫게 될 것이다. 둘째,대학평가인정 제도가 실시되어 부실대학들은 점점 설 땅이 없어지게 된다.
셋째,정부의 방침에 따라 신설 대학에는 工科계열 학과를 설치해야 되는데 이미 66개의 工大가 있으므로 막대한 투자없이 기존의 공대들과 경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넷째,학생들의 반대로 등록금 인상이 용이하지 않으며,재단의 확고한 지원이 없으면 설립자는 학생들로부터 존경을 받기는커녕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하게 된다.
다섯째,앞으로 외국 대학들의 分校가 들어오게 되면 학생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
獨逸.프랑스.호주.러시아등의 대학은 모두 국립으로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은 생활비 뿐이다.미국에는 사립대학이 많으나 졸업생들과 일반 사회로부터 많은 기부금이 들어오며 명문 사립대학에서등록금 수입은 전체예산의 4분의1 밖에 안된다.
우리나라는 국립대학 예산도 매우 영세하고 사립대학은 등록금 수입이 전체예산의 85%까지 차지한다.따라서 적어도 2천억원 이상의 투자 없이는 질적으로 우수한 사립대학을 만들 수 없다.
대학을 신설하고자 하는 분들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신의 고향에 대학을 설립하고 싶다든가,자신의 이름으로 졸업장을 주고 싶다든가 하는 개인적 욕망들이 대부분이다.그러나 수백억원을 들여 대학을 신설하고자 하는 분들은 그 돈 을 기존의 대학에 기부해 기증자의 이름을 붙인 건물을 짓게 하거나 碩座교수 기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미국의 대학에는 막연히 중앙도서관이라고 하지 않고 반드시 사람의 이름이 도서관 이름 앞에 붙게 된다.도서관 뿐만 아니라 대학 본부 건물이나 학생회관.체육관 이름에도 사람 이름이 붙는다.
그리고 碩座敎授基金을 기탁하면, 예컨대 기증자의 이름을 따서「김동수 전자공학교수직」을 하나 마련한다고 가정하자.이 교수직에 임용되는 사람은 학문적 업적이 뛰어난 사람으로서 봉급은 다른 정교수보다 두배정도 받고 매년 연구비와 비서 인건비등을 받을 수 있다.그 돈은 校費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바로 김동수씨가 기탁한 기금의 이자에서 나올 수 있다.미국의 명문대학에는그와 같은 석좌교수가 상당히 많고 노벨상 수상자는 거의 모두 석좌교수다.하버드대학 물리학과의 3 7명의 교수중 13명이 석좌교수다.요사이는 일본의 기업들이 이와 같은 기금을 미국 대학에 많이 기탁해 예컨대「TDX재료공학교수」「후지쓰 전자공학교수」같은 석좌교수직들이 생겼다.석좌교수기금은 1인당 12억원정도기탁하면 그 이자로 봉 급.연구비.비서 인건비등을 충분히 지불할 수 있게 되며 한 대학에 2,3개씩 10개 대학에 기증한다면 우리나라 학문발전에 큰 공헌을 하게 되며 기증자의 이름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寄附金制 활성화할 때 정부에서도 稅法을 정비해 이와 같이 대학에 내는 기부금에 대해서는 세금감면 혜택을 줘야 하며 이 경우 국립.사립을 구분해서는 안된다.앞으로 대학입시가 자율화되면 이와 같은 기증자의 자녀와 그 자손은 그 대학에 특별입학도 가능해질 것이다.자신의 자녀도 보내지 않을 그런 대학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보람있는 일이 아닐까.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대학건물,또는 석좌교수기금을 기탁하고 더이상의 사립대학 신설을 하지 않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길일 것이다. 〈浦項工大 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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