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광장>진료비 내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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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의사를 찾았을 때 진료비로 내는 돈의 내역이 어떻게 될까.의료보험제도가 실시된 이후 환자들이 내는 돈은 진료수가 항목별로복잡하게 계산된 결과인 종합수치에서 환자부담분만 내게 돼 있으나 전모를 알기가 어렵다.또한 진료비 청구서에는 의료보험에 해당되지 않는 진료비도 큰 부분을 차지해 환자들은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다.
진료비 내역 계산에 혼란스럽기는 의사들도 마찬가지다.우선 진료비 항목들이 수천가지고 각기 10원단위까지 표시돼 있는데 병.의원의 종류에 따라 가산료가 따로 있고,진료일수에 따라 각기할인료가 다르다.예를 들면 의사가 약처방을 하는 데에도 원외처방(밖에 있는 약국에서 약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처방)과 원내처방의 가격이 다르고 원내처방은 다시 처방의 종류와 처방 일수에 따라 가격이 가감 또는 할증된다.
뿐만 아니라 진료비 내역이 적정한 지 여부에 대한 정부의 유권해석이 보험제도 운영 십여년간 수없이 있어왔는데 그 내용을 적은 것이 큰 책으로 한권이다.어떤 치료를 할 때 어떤 재료는몇개까지만 인정되고,어떤 질병인 경우 어떤 종류 의 항생제 사용은 인정되나 어떤 항생제는 인정되지 않는다 등등이다.사정이 이러하니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아예 이 분야에 무식한 것이그렇게 창피한 일이 아니다.1주일 입원한 환자 진료비 내역만 적어도 수백가지 항목이 될 수 있는 데 컴퓨터가 없으면 도저히처리할 수 없을 정도다.그나마 내용점검을 위해 큰 병원에는 수십명의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개업의의 경우 누구한테 맡길 수도없어 상당한 시간을 보험진료비 청구서 작성에 매달려야 한다.
진료비 청구서를 받아 심사하는 쪽은 어떠할까.심사를 맡은 의료보험연합회에 매년 1억5천만건 이상이 모인다.진료비 내역심사를 하는데만 1천명 이상의 심사요원이 매달려 있다.
고도로 발달되고 있는 컴퓨터 정보기술을 응용한다면 대안 마련이 가능하다고 보며 남은 에너지를 환자에 대한 실질서비스 향상으로 돌릴 수 있다고 본다.
청구및 심사제도 개선은 정책당국자들과 의료관리 전문가들이 힘을 합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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