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非러시아계 거주자 모스크바서 추방-각종 범죄 관련많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지난달 초 유혈사태 이래 모스크바에는 非러시아系 출신자들은 발붙일 곳이 없다.市청사와 방송국 무력점거에 가담한 反정부 보수.민족주의자들에 대한 일제 검거령과 함께 범죄소탕작전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계속되는 내란을 피해 모스크바로 들어온 아제르바이잔人.체첸人등 카프카즈系가 집중단속의 목표다.
이들은「체첸 마피아」로 대표되는 범죄조직을 만들어 무기나 마약을 거래하고 음식점이나 시장에서 점포료 명목으로 거액을 뜯어와 모스크바 시민들에게 불안과 공포의 대상이 돼왔다.
모스크바에 거주하려면 舊蘇聯시대부터「프로피스카」라 불리는 거주허가증이 있어야 하지만 그동안 허가증이 없는 불법체류자에 대해서도 제재가 거의 없다시피했다.
모스크바당국은 그러나 지난달 3일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이발동한 비상사태를 빌미로 범죄소탕을 위해 이들 불법체류자들을 모스크바에서 완전히 추방시키려 했으며 비상사태가 해제된 지금도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쫓겨난 사람만도 6천명이 넘으며 1만여명은 자진 퇴거했다. 심지어 거주허가증이 있어도 부당한 처사를 당하기도 한다.아프가니스탄人인 올렘은 80년대 아프간 전쟁당시 5년동안 이슬람 무자헤딘 반군에 맞서 소련이 지원하는 정부군으로 전투에참가했다.
올렘은 아프간의 나지불라정부가 무자헤딘 반군에 패망하기 2년전인 89년 소련으로 탈출했다.
올렘은 그후 모스크바 거주허가증을 얻었고 시내에서 과일장사를하고 있다.
『경찰은 법적 정당성도 없이 나를 위협했으며 곧 아프가니스탄으로 쫓겨날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올렘은 말한다.
인권단체들은 거주이전을 제한하는 허가제에 대해 비난하고 나섰지만 별 효과가 없다.
유리 루츠코프 모스크바 시장은 급증하는 범죄를 막고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거주허가제도를 계속 강화할 뜻임을 내비쳤다.
이제 외국인들이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일은 독재자 스탈린의 통치기간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카프카즈지역에서 생산된 채소와 과일을 러시아인들에게 대량으로팔아온 카프카즈系 민족들에 대한 추방조치로 모스크바 농산물시장은 공급이 크게 줄고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그러나 모스크바 당국은 이러한 불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중무장한 경찰병력을 시내 곳곳에 배치,이들 불법체류외국인들에 대한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韓敬煥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