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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랑>지역주민 안찾는 전시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산업공해에 따른 환경오염이 심각해져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의 가을은 아름답다.길가의 나무들이 붉고 노랗게 물들어가는 정경은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고픈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주말이면 자동차의 물결로 어김없이 꽉 채워지는 고속도로나 외곽도로는 바로 이러한 정서적 욕구의 표출이리라.
60~70년대 경제성장과 과학기술발전에 전력투구하느라 주말도없이 지내던 때와는 달리 사람들이 생업에서 벗어나 정서생활을 향유하려는 현상은 정도야 어떠하든 이제 우리 사회가 선진적 시민사회로 진입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의 박물관.미술관 진흥법령 시행에 따라 사설미술관 설립이활성화되고 있다.특정 소수계층의 사유재산들이 일반시민들이 함께즐길 수 있는 공공의 문화예술품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들어설 때마다 썰렁하기 이를 데 없는 전시장 분위기는 마음을 어둡게 한다.모처럼 마련된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지역사회에서 소외된 채 특수 외래객들만을 위한 특정공간으로 머무르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 까지 든다.
선진 외국의 경우 지역미술관이나 오페라극장이 특별전이나 기념음악회를 개최하면 주민들은 자원봉사자로 참여,도시 전체를 흥겨운 축제분위기로 이끌어 간다.행사를 보러갔던 외래 관객들은 전시회나 음악회 내용뿐 아니라 그 지역에 대한 아름 다운 추억까지 보태안고 돌아오게 마련이다.그에 비해 우리문화시설의 벽은 너무 높은 것이 아닌지.
2000년대에는 사설 문화시설 뿐 아니라 정부차원에서도 각종국민복지시설들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것이 제 기능과 역할을 다하고 문화의 제모습을 이루기 위해주최측은 지역사회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동참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노력하고 또 주민들은「이 모두가 우리의 것」이라는공유의식을 가꿔가는,참된 문화사랑의 자세가 뒷 받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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