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내 앞에서 메이저 13승 보여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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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보는 호랑이의 포효. 타이거 우즈가 4라운드 8번 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 주먹을 불끈 쥐는 특유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털사 로이터=연합뉴스]

메이저대회 13승을 거두기까지 12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이제 호랑이의 눈은 메이저 최다승을 향하고 있다. 1996년 프로에 데뷔한 타이거 우즈(미국)는 이듬해 마스터스를 시작으로 13일(한국시간) PGA챔피언십까지 13개 메이저의 금자탑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표 참조). 잭 니클로스(미국)의 메이저 최다승(18승)까지는 5개의 산이 남았을 뿐이다.

13일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서던힐스 골프장(파70.7131야드)에서 끝난 PGA챔피언십 4라운드. 3타 차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우즈는 마지막 날 1언더파를 추가, 합계 8언더파로 대회 2년 연속 우승을 거뒀다. 우승상금은 126만 달러(약 12억원).

우디 오스틴(미국.6언더파)과 어니 엘스(남아공.5언더파)가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4라운드를 선두로 시작한 12차례의 메이저 대회에서 단 한 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던 우즈는 이날도 불패 신화를 이어갔다. 14번 홀에서 보기를 범해 오스틴과 엘스에게 1타 차로 쫓기기도 했지만 15번 홀(파4)에서 4.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우즈의 카리스마에 또다시 기가 질린 듯 챔피언 조에서 함께 플레이 한 스티븐 에임스(캐나다)는 5번 홀까지 보기 3개를 범하면서 일찌감치 우승권에서 멀어져 갔다. 오스틴과 엘스가 끝까지 우즈를 압박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갤러리 사이에는 우즈의 부인 엘린과 생후 2개월된 딸 샘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우즈는 18번 홀에서 승리를 결정짓는 파 퍼트를 떨어뜨린 뒤 딸과 부인을 얼싸안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어머니와 아버지 대신 딸과 아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우승하니까 기분이 더욱 특별하다. 12년 만에 메이저 13승을 거뒀는데 이건 내 기대를 넘어서는 큰 성과다."

우즈는 2000년 3개 메이저 대회(US오픈, 브리티시 오픈, PGA챔피언십)를 휩쓸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듬해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타이거 슬램'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그러나 2003년과 2004년엔 메이저 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본인은 슬럼프가 아니라고 강변했지만 성적은 신통찮았다. 2004년 10월 결혼한 우즈는 2005년과 2006년에 각각 메이저 2승씩을 거뒀다. 가정을 꾸린 뒤 안정을 되찾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즈가 니클로스의 기록을 깨는 것은 시간문제다. 니클로스가 35세 때 메이저 13승을 거둔 데 비해 우즈는 31세에 13승 고지에 올라섰다.

최경주 프레지던츠컵 출전

마지막 날 2오버파(버디 1, 보기 3개)로 공동 12위(합계 2오버파)로 대회를 마친 최경주(나이키골프)는 이날 프레지던츠컵 대표로 확정됐다. 2년마다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은 미국 대표 12명과 미국.유럽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12명이 출전해 승부를 가리는 대회다.

최경주는 어니 엘스, 애덤 스콧(호주), 비제이 싱(피지), 제프 오길비(호주), 로리 사바티니(남아공)에 이어 선발 포인트 6위로 세계팀에 합류했다. 미국 대표는 우즈를 비롯해 짐 퓨릭, 필 미켈슨, 잭 존슨, 찰스 하월 3세, 데이비드 톰스 등이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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