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살빼기 조직개편/물갈이설 민자 “술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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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병태씨 사퇴가 타지구당에 무언압력/전당대회 대비 민주계 입지강화 포석
민자당이 다시 소란스러운 국면으로 접어들것 같다.
1일 오전 민자당 황명수 사무총장이 『총장산하에 당무개선위원회를 만들어 당조직을 개편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 민주계 원외지구당 위원장인 김병태씨(56·서울 송파을)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서를 제출했다. 여권의 체질개선을 위한 물갈이가 시작된 것이다.
황 총장이 말하는 조직개편은 지난달 23일 끝난 지구당 당무감사 결과를 토대로 한 전반적인 수술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 핵심은 황 총장 스스로 『국회의원 당선이 백년하청인 시원찮은 사람은 갈아치워야한다』고 밝힌 원외지구당 위원장 교체다. 이같은 취지와 김 위원장의 사퇴는 여러가지로 맥이 닿는다. 일단 김 위원장 본인은 『두차례(13,14대) 낙선해 오래전부터 위원장직 사퇴를 생각해오다가 이번에 결심했다. 대통령을 더 잘 보필할 수 있는 인물을 위해 용퇴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 위원장의 사퇴는 외양상 당무감사 결과를 참작한 솔선수범으로 보임에 따라 다른 원외지구당 위원장들에 대한 무언의 압력으로 비춰지지 않을 수 없다. 김 위원장은 사퇴서를 제출한 직후 황 총장과 민주계 장로격인 김명윤고문을 만났고,이 자리에서 황 총장이 진의를 재확인했다는 후문이다. 이는 김 위원장의 사퇴가 적어도 황 총장의 강권에 의한 것이 아니며 민주계 원로그룹,넓게는 대통령의 의중을 벗어나지 않은 범위에서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현재 민자당의 원외지구당 위원장은 서울 27명을 포함해 모두 85명이다. 이중 대략 민주계로 분류되는 인사가 25명내외며,민정계가 50여명으로 대다수다.
중요한 것은 이들에 대한 물갈이의 기준이다. 황 총장이 강조한 대목은 『개혁성』이었다. 그러나 이 「개혁성」이라는 주관적 평가기준이 「계파」란 구체적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세차례 보선을 위한 후보공천과 수차에 걸친 지구당 개편과정에서 그러했듯이 「개혁성」이라는 기준은 대부분 민주계가 대표해왔기 때문이다. 정치적 수요 또한 민주계를 필요로 하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내년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당대회에서 한표를 행사할 대의원들을 민주계가 더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지구당 위원장은 스스로 대의원이기도 하지만 대의원 10명을 추천하는 권한도 있어 적잖은 영향력을 가진다. 이는 곧 대표를 포함한 당권과도 직결된다.
전반적인 조직개편은 이같은 인적 개편과 함께 정치판 전체의 개편도 의미한다. 당내의 다수는 이같은 정치판 전면개편을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고는 있다. 그러나 정치관계법의 획기적 개정에 반대하면서도 이견을 피력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의지」와 「깨끗한 정치」라는 명분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당 조직개편의 구도 역시 「돈안드는 정치」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지금까지 평시의 정치자금 소비처인 정당조직을 대폭 축소한다는 방향이다. 지구당은 아예 없애버리고 미국식으로 후원회 사무실을 연락처로 삼는다는 것이다. 중앙당 역시 국·실 중심의 상설조직을 위원회 중심의 비상설기구로 바꾸어 인력을 감축한다는 방향이다. 이는 새로운 선거법에서 조직을 없애고 자원봉사자에 의한 선거를 강조하고 있는 점과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조직」과 「자발적인 정치참여」를 통한 정치선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민자당이 이같은 목표를 어떻게 해낼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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